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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우주생활 에세이 ‘인듀어런스’ 지구 밖에서 보낸 그리움의 시간

스콧 켈리에게 우주여행은 지구를 향한 그리움을 견디는 시간이었다. 그가 펴낸 책의 제목이 ‘인내’를 뜻하는 ‘인듀어런스(Endurance)’인 건 이런 그리움을 참고 이겨냈다는 걸 뜻하는 것이리라. 사진은 그가 우주에서 아메리카 대륙 허리에 있는 바하마 군도를 촬영한 것이다. 그는 “바하마를 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썼다. 클 제공
 
우주복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는 켈리의 모습. 클 제공




우주에서 1년을 살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약 1년간 우주에 머문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미국의 베테랑 우주인 스콧 켈리(54). 그는 지금까지 총 4차례 우주를 여행했는데, 2015년 3월 28일부터는 무려 340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살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것은 미국인 중에선 역대 가장 긴 체류 기간이었다.

‘인듀어런스’는 바로 켈리의 마지막 이 여행을 뼈대로 삼고 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가 기다랗게 이어지는데 흥미진진하면서 적잖은 감동까지 선사하는 금주의 책이다.

아래는 책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꾸며낸 저자와의 가상 인터뷰다. 저자가 쓴 내용을 그대로 옮기려 했지만 문맥에 맞게 수정한 부분도 적지 않다.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면 책을 구입해 읽으셨으면 한다. 이만큼 근사한 에세이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부터 하겠다. 어떻게 우주인이 된 건가.

“10대 시절에 나는 공부를 참 못했다. 야망이라는 것도 없었다. 인생이 뒤바뀐 건 대학에 진학하면서였다. 파일럿 이야기가 담긴 소설 ‘영웅의 자질’을 읽은 게 계기였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항공모함에 제트기를 착륙시키고 호기롭게 걸어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국 전투기 조종사가 됐고, 1995년에 우주인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다.”

-약 1년간 체류한 ISS는 어떤 곳인지 설명해 달라.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15개국이 공동으로 세운 인류의 전초기지다. 2000년 11월 2일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는 누군가가 살고 있다. 200명 이상이 이곳을 거쳐 갔다. 내부 공간은 협소하다. 안에 들어가면 새 차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소음도 상당하다. 대화를 하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물론 살다 보면 냄새든 소음이든 적응하게 된다.”

-ISS에서 340일 동안 머물면서 무슨 일을 했나.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우주에서 살아보는 게 나의 가장 큰 임무였다. 우주에서 1년 가까이 살면 인간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한 적이 없으니까. 내겐 쌍둥이 형이 있어서 지구에 있는 형과 나를 비교할 수도 있었다. 각종 과학 실험도 진행했다. 상추를 길렀고 백일홍도 키웠다. ISS에서 대원들과 우주 비행사들을 다룬 영화 ‘그래비티’를 본 적 있는데 정말 훌륭하더라. 우리를 감동시켰으니 그 영화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인의 일상이 궁금하다.

“주로 승무원실을 일컫는 CQ(Crew Quarters)에서 지낸다. 공중전화 부스 정도의 크기라고 짐작하시면 된다. 잠은 침낭 속에 들어가 공중에 뜬 상태로 잔다. 양치질을 할 때는 식수 파우치에서 빨대로 물을 한 모금 빨아서 입을 헹군 뒤 그냥 삼켜야 한다. 물을 뱉을 곳이 마땅찮아서다. 대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면 쿠키나 스푼이 공중에 날아다닌다. 음료 방울이 떠다니곤 하는데 그럴 땐 누구 것이든 먼저 보는 사람이 입으로 받아먹곤 한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땐 언제였나.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휘황찬란한 그 모습에 언제나 할 말을 잃곤 했다. 뭐랄까, 남들 모르게 나 혼자만 지구와 친하게 알고 지내는 기분이랄까. 동시에 이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내게 소중한 그 모든 것이, 지금까지 태어나고 죽은 그 모든 사람이 다 저 아래에 있구나.’ 지구가 띠고 있는 푸른빛은 정말 눈부시다.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싶어진다.”

-힘들 때도 적지 않았을 거 같은데.

“지구에 있는 형수(개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가 총격을 당한 적이 있다. 정말 큰 무력감을 느꼈다. 지상에 남은 소중한 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정말 컸다.”

-우주에서는 무엇이 가장 그리웠나.

“인터뷰할 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 안락한 집에서 즐기는 휴식 등을 꼽곤 했다. 하지만 진짜 답은 지구의 모든 것이 그립다는 거다. 신선한 요리가, 싱그러운 과일의 향기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그리웠다. 푹신한 베개를 상상하곤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구의 구름 빛깔을 떠올린 적도 많았다. 자연을 그리워하게 되니 대원들 중엔 지구에서 녹음해온 빗소리나 새소리를 자주 챙겨듣는 사람이 적지 않다.”

-340일간 우주에 머물다가 귀가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뭐였나.

“우주에 있으면서 물만큼 촉감이 굉장한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집에 도착한 나는 풀장에 비행복 차림 그대로 풍덩 빠졌다. 물속에 푹 잠겼을 때의 감동은 어마어마했다.”

-우주여행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인류가 지금의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의 다음 도전 과제는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과정은 험난할 게 분명하다. 희생자가 생길 수도 있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거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인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어떤 과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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