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거 뭐유.” “제육볶음여. 괴기 이것저것에다 고치장허고 졸(부추) 같은 거 넣고 볶은 겨. 왜.” “맛있어서유.” 30년쯤 전, 서울 독산동 남부시장 근방 ‘충남집’에 가면 할머니는 백반을 내어 주셨습니다. 제육볶음 반찬이 거의 끼어 있었고. 없는 주머니에 단백질을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지요.
“안주로 제육볶음 어때.” “좋아요. 월급도 탔으니 쇠고기제육볶음으로 하죠, 뭐.” 벌이를 시작했을 때 퇴근길에 선배의 제안에 나름 호기롭게 던진 대답입니다. 충남집 할머니가 ‘고기 이것저것’이라고 하시는 바람에 나는 쇠고기로도 제육볶음을 해 먹는 줄 알았던 것인데….
‘제육’은 돼지고기를 이르는 저육(猪肉)에서 온 말입니다. 제육볶음은 당연 돼지고기볶음이지요. ‘저’가 ‘제’가 된 연유는 확실치 않지만 제육의 옛말이 ‘뎨육’이고, 평안도에선 ‘데육’(ㅈ을 ㄷ으로 발음하는 경향 있음. 어려서 ‘덩거당이 어디요’라고 묻는 사람은 북괴 간첩이니 신고하라는 교육도 받았음)이라고 하는 사실에서 제육이 쓰인 지 오래됐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제육볶음은 20세기 들어 퍼진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요. 제육볶음을 저육초(猪肉炒)라고도 하는데 炒자가 든 중국음식은 볶음요리입니다.
친정이 충청도 부여께라 하셨고, 젊은 사람이 잘 먹어야 한다며 밥을 고봉으로 담아 주시면서 밥처럼 따뜻한 말씀을 매양 해 주시던 충남집 할머니. 지금도 내가 제육볶음을 먹을 때면 그분이 눈앞에서 웃으십니다.
어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