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사랑을 할까 / 로랑 알렉상드르·장 미셸 베스니에 지음 /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16쪽, 1만2000원
우리가 1000살까지 살 수 있다면 그건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이 질문은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을 지지하는 전 세계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수명, 지능, 감각 등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을 가리킨다. 기술의 힘으로 인간의 능력을 무한대로 계발한다는 의미다. 영국 노화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수명 연장 기술 발전 속도가 시간을 앞지르면 죽음을 초월할 수 있다”면서 “인간이 1000살 이상 살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구글 최고경영자였던 에릭 슈미트는 “앞으로 사람들이 (기술) 장치를 이식받을 것이며 어떤 사실에 대해 생각하기만 하면 장치가 답을 알려 줄 것”이라고 호언했다.
신간 ‘로봇도 사랑을 할까’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즘 프로젝트의 12가지 쟁점에 대한 흥미로운 대담집이다. 의사이자 기업가인 로랑 알렉상드르와 기술철학자 장 미셸 베스니에가 ‘인간이 늙지 않는다면 좋을까’ ‘미래에 우린 모두 사이보그가 될까’ ‘로봇과도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등을 주제로 열띤 논쟁을 벌인다.
알렉상드르는 인공지능 발달과 트랜스휴머니즘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것을 빨리 도입하는 나라가 세계 질서를 선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베스니에는 인간의 역량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술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것에 반대하며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윤리적·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구글은 2013년 인간 수명 연장을 목표로 자회사 칼리코를 세웠습니다. 1000살까지 살게 될 최초의 인간은 벌써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오래 살고 싶다는 욕구는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채 계속됩니다.”(알렉상드르)
“나는 1000살까지 사는데 주변 사람은 150살 정도에 죽는다면 내가 견뎌야 할 외로움은 얼마나 클까요. 이런 정서적 재앙에서 용케 살아남았다고 해도 권태가 결국 우리를 피폐하게 만들 겁니다.”(베스니에)
한 사람은 인간과 기술의 융합이 이미 현실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라고 재촉한다. 다른 사람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절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수한 태아를 만들어내고,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과 사랑에 빠지고, 기계 장치를 장착해 사이보그가 되고….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다. 대화 형식이기 때문에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주제가 논쟁적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트랜스휴머니즘의 현실이 궁금하다면 올해 초 나온 ‘트랜스휴머니즘’(문학동네)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미국의 인체보존 시설인 알코어 생명연장재단, 피부에 전자 장치를 이식해 감각 능력을 강화하는 연구집단 등을 취재한 기록이 담겨 있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시신을 재생하는 기술이 나올 때까지 몸을 냉동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150여명의 시신을 보관 중이다. ‘기술의 신(神)’은 이미 이렇게나 가까이 와 있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이 신과 동행할 수 있을까.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