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소득 격차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서점에 가도 이 문제를 다룬 책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을 읽는다면 불평등의 메커니즘이 얼마나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역작이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과 미국의 UC버클리가 기획한 작품으로 100명 넘는 경제학자가 불평등 문제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를 그러모아 완성했다. 그동안 이런 조사에 자주 누락됐던 중국 러시아 인도 같은 국가의 데이터도 망라했으니 이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일부 내용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상위 1%인 부자들의 소득과 하위 50%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현재는 81배까지 벌어졌다. 소득 불평등 수준은 유럽에서 가장 낮고 중동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경우 부자들에게 부가 쏠리는 자산 집중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자들의 그것보다 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세금 문제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논의도 주목할 만하다. 인류가 가까운 미래에 맞닥뜨릴 불평등의 형태를 세밀하게 그려낸 부분도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다.
책의 도입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의) 목적은 가장 완전한 최신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즉 “가장 완전한 최신 자료”를 담으려 했다는 점이 이 책이 갖는 최고의 강점인 셈이다.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실증하는 숫자가 간단없이 이어지고, 기함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차례로 등장하니 쉽고 재밌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요긴할 참고서가 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