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압박 카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재개 꺼내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없는 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P뉴시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실제 훈련 재개 여부와 그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11∼12월 열렸던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가 고강도로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압박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 비질런트 에이스는 북한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공망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선 미 공군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대거 전개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5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에 대해 북침전쟁 소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뒤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지렛대 삼아 대북 압박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때에는 미 공군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3종 세트인 F-22 ‘랩터’ 6대와 F-35B 12대, F-35A 6대가 투입됐다. 당시엔 미 공군의 B-1B 폭격기가 전개해 10여대 전투기와 함께 폭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대규모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판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올 법한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북한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는 비질런트 에이스 대신 보다 약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 재개 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 한·미는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KMEP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미사일경보훈련 재개 역시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군 일각에선 한·미 해군의 해상 훈련이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는 10월 10∼14일 해군 제주기지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관함식에 미 항공모함이 참가할 경우 이를 계기로 한·미 해군이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할 수도 있다. 다만 미 항모의 관함식 참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훈련 장면을 공개하지 않는 등 ‘로 키’로 진행했던 한국군 단독 훈련이 고강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는 10월 태극연습과 연계해 실시할 예정인 호국훈련 규모와 기간이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 전략자산이 투입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그동안 한반도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규모나 강도가 달라져 왔다. 한·미 군 당국은 급변한 남북관계를 감안해 키리졸브연습(KR)과 독수리훈련(FE) 기간을 축소했으며 미 전략자산 전개도 최소화했다. 특히 KR, FE와 함께 3대 한·미 연합 군사훈련으로 꼽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유예시켰다.

다만 국방부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 간 기존 합의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후 신뢰구축 차원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부가 유예됐으며 아직까지 재개 여부가 논의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29일 “한·미 국방 당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이 흔들림 없이 진전돼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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