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다큐 사진가 3인이 담은 ‘그때 그 모습’

‘돈의문이 열려 있다’에 출품된 작품. 김기찬의 사진 ‘서울 1975’. 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돈의문이 열려 있다'에 출품된 작품. 이경모의 사진 '이화여고 미술 수업 1962'. 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인근 언덕. 이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부터 1970년대의 반 양옥, 상가 주택, 기업 사옥 등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하며 변해온 다양한 주거 양식이 모여 있다.

서울시는 2014년 이 일대의 다닥다닥 붙은 40여채 건물과 골목길을 보존해 복합문화공간 ‘돈의문박물관마을’(이하 박물관마을)로 재탄생시켰다. 근대의 기억이 오롯이 간직된 이곳에서 전시와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돈의문이 열려 있다’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1세대 다큐 사진가 3인의 사진전이다. 국내 1호 광고사진가 김한용(1924∼2016), 골목 풍경 사진으로 유명한 김기찬(1938∼2005), 보도 사진가로 이름을 날린 이경모(1926∼2000)가 그들이다.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땋은 이화여고생들의 미술 수업(이경모·1962)은 변함없는 획일적 수업 방식을 증언하고, 재개발을 앞둔 산동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코흘리개 꼬마의 모습(김기찬·1975)은 급격한 도시화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흑백사진 200여점이 음식 의복 놀이 노점 일상 도시풍경 개발이라는 7가지 키워드로 분류돼 전시되고 있다.

근현대의 일상과 추억을 따뜻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전시도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현대미술작가들도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은 사라진 서대문의 옛 이름인 ‘돈의문’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승훈은 돈의문 일대 음식점 주인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현재의 마을 영상과 오버랩시키는 작업을 했다. 김태균은 돈의문을 서울, 평양과 연결해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관문으로 상징화한 설치작업을 내놓았다. 김현종은 전통 한옥에서 기둥과 지붕을 받들고 있는 부분인 공포(?包)의 결구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오브제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가 열리는 서울도시건축센터는 박물관마을의 여러 건물 중 1936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의 사옥과 사택이 들어섰던 곳이다. 유한양행이 사옥을 이전하면서 건물주는 탄광 기업인 강원산업, 이를 인수한 현대제철로 바뀌었으니 기업 변천사가 녹아 있는 근대 유적이기도 하다. 유한양행 사옥의 건축적 의미를 영상작가 사진작가 공예가가 서로 다른 각도로 조명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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