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진 남편·요식업계 대부서 예능인 변신, 대체 불가능 존재
먹방·쿡방 같은 트렌드 선도
“대중이 원하는 것 제대로 짚고 능숙한 모습으로 방송 이끌어”
언젠가부터 방송가에서 ‘백종원’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장르가 됐다. 어떤 방송에서건 그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3년간의 방송가 흐름을 되돌아보면 그가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던 콘텐츠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다 백종원은 방송가의 블루칩이 된 것일까. 그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방송인 백종원의 성공 스토리를 살피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MBC는 그해 설 연휴에 이색적인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당시 유행하던 1인 인터넷 방송의 얼개를 그대로 가져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었다.
마리텔에서는 김구라 김영철 같은 입담 좋은 방송인이 대거 출연해 누가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는지 경쟁을 벌였는데, 이때 우승을 차지한 게 백종원이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백종원은 배우 소유진의 남편, 혹은 외식업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업가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마리텔의 성공으로 그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프로그램은 두 달 뒤 정규 편성됐고, 시청자들은 전문성이 묻어나는 그의 입담과 소탈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물론 이때만 하더라도 ‘백종원 현상’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백종원은 ‘먹방’이나 ‘쿡방’ 같은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이상 tvN)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이상 SBS)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저마다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SBS) 역시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누구나 쉽게 그럴싸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각종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이목을 사로잡았다. 과거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드는 음식은 세발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었다.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자전거처럼 요리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가르쳐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랬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어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먼저 그의 요리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예컨대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닭볶음탕 만드는 법을 검색하면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 가장 먼저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백종원 닭볶음탕 레시피’다. 이 같은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요리법에 공감한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백종원은 캐릭터 자체가 곧 특정 콘텐츠나 장르를 의미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시민 정도를 제외하면 전문가 중에서 이만큼 방송인으로서 존재감을 띤 인물은 없다”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이 원하는 지점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만큼 그의 영향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방송인 백종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백종원 콘텐츠’의 힘은 전문성이다. 최근 ‘위대한 식재료’라는 책을 출간한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과거 음식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음식을 선보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나 요리법을 소개하는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백종원은 다르다. 누구나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하면서 설명도 굉장히 분석적으로 잘한다”고 평가했다.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 특유의 표정과 화술에서 드러나는 인간미를 백종원의 매력으로 꼽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데 상당히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른바 ‘예능감’을 갖추고 있으면서 무엇이 됐든 구수하게 전달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평론가는 “대중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는 입장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밉상처럼 보일 수 있는데 백종원은 아니다. 어떤 방송에서건 수더분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백종원 이후에 이런 캐릭터가 또 등장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