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발비용 최대 3100조원… 한국정부 투자·외자 유치 과제



남북 경제협력은 ‘북한 비핵화’ ‘유엔의 제재 해제’라는 선결 조건을 안고 있다. 관문을 돌파해도 개발자금 조달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남는다.

북한 개발비용을 포함한 통일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기관마다 추정치가 다르다. 약 220조원에서 많게는 약 3100조원에 이른다. 지출 기간이나 목표에 따라 다른데 한국재정학회 등은 통일 후 10년간 약 220조원, 국회 예산정책처는 약 40년간 3100조원, 금융위원회는 약 20년간 5000억 달러(554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 재정으로 해결하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다. 1991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조성된 남북경협기금은 13조8609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본 유치, 민간투자자 진입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국책은행, 민간 금융회사의 노하우를 살리면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단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 ‘특구 중심의 경제통합’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 유승민 북한투자전략팀장은 2일 “‘흡수통일’보다 경협을 통한 ‘점진적 통합’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향인 원산 특구의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산에서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국제관광지대 등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감안하면 개발 초기에 한국 정부 및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하다. 유 팀장은 원산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70%, 산업은행이 15%, 수출입은행이 15%를 출자해 특구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은행을 세우는 방식이다.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은행 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20조원 안팎이다.

‘베트남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자는 것이다. 베트남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 등을 지원받았다. 외국 자본도 제조업 중심으로 적극 유치했다.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이 일단 시작되면 다른 민간 자본도 안심하고 북한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북핵 리스크 해소에 따라 여유가 생기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할 수 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 확충 필요성이 낮아지는 만큼 외화자산의 일부를 북한에 투자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금융 시스템을 심어야 한다. 북한 정부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국가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국제신용평가사들에 북한의 통계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북한에 국가통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판 대부업자인 ‘돈 장사꾼’을 합법화해 자금을 끌어들이자는 주장도 있다. 북한에선 ‘돈주(主)’로 불리는 개인이 사실상 민간금융을 담당한다. 이들은 개인당 수만∼수십만 달러의 현금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KDB산업은행 김영희 북한경제팀장은 “민간금융을 합법화하면 북한 개발 과정에서 부족한 정책금융을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