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가스·전력… 대륙∼해양 잇는 교량국가 비전



철도 中·러 거쳐 유럽까지 이어 러 가스관 연결 日도 공급… 몽골 풍력 전기 끌어 쓸 수 있어
남북간 기술 격차 해소 과제… 개발 비용 AIIB 활용 가능성


반도의 사전적 의미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와 이어진 땅이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와 함께 한국은 반도 국가지만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섬’ 국가로 지냈다. 정전협정으로 대륙과 연결된 길이 끊어진 탓이다.

한반도 평화구축은 대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다리가 다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북한의 경제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히 남과 북이 경제 협력을 하는 데서 나아가 한반도 북쪽 국경과 접해 있는 러시아, 중국을 넘어 유럽까지 연결할 수 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신북방 정책’이라 칭하며 북한과 러시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로 북한의 가치를 평가했다.

첫 사업은 교통과 가스, 전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국빈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철도, 가스, 전기 3개 분야를 협력 사업으로 제시했다. 광복절 기념사에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내놨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러시아에서 남한까지 가스관을 연결해 천연가스를 끌어올 수 있고 이를 일본까지 공급할 수 있다. 부산을 출발한 철도는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릴 수 있다. 몽골 초원에서 바람으로 만든 전기는 전력망을 통해 남한과 일본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만큼 남북의 기술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손봐야 할 게 많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를 보면 발전설비 용량의 경우 1965년 북한은 239만㎾, 남한은 77만㎾였다. 그러나 2016년 현재 북한은 766만㎾로 1억587만㎾인 남한의 14분의 1 수준이었다. 발전전력량도 239억㎾h로 남한의(5404억㎾h) 대비 23분의 1에 불과했다. 고속도로 길이도 남한(4438㎞)의 6분의 1 수준인 774㎞였다.

철도총연장 길이는 북한이 5226㎞로 남한(3918㎞)보다 1.3배 길지만 시속 30㎞로 달려야 할 정도로 노후한 상황이다. 남북 간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협력사업이 철도 연결이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선 경의선(서울∼평양∼신의주)의 고속철도 건설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고속철도망이 한반도 국경지역까지 연결(압록강 유역의 단동, 두만강 유역의 연길∼훈춘)될 수도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철도 전문가들은 북한을 찾아 철도 연결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철도 전문가들은 서울과 평양을 잇는 철도 건설은 한국이 맡고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것은 중국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평양 1시간, 서울∼선양 3시간30분, 서울∼베이징 6시간30분으로 중국 동부지역 대부분이 1일 생활권으로 변화될 수 있다. 중국(TCR)이나 러시아(TSR)와 철도를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까지 생각한다면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물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몽골에서 풍력으로 만든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릴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을 하나의 초광역 전력망으로 묶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다.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면 발전 단가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현태 중국팀 부연구위원은 ‘AIIB의 대(對) 북한 인프라 투자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AIIB 회원국인 한국·중국·러시아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투자 방법으로는 인프라 사업의 발굴·조사 등에 ‘프로젝트 준비 특별기금’을 지원하거나 다른 금융기관들과 공동 융자로 참여하는 방안, 북한 인프라 개발 펀드를 설립해 다양한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투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물론 이 같은 투자를 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진행과 대북 제재 해제, 투자 가능 사업들의 수익성 확인, AIIB 이사회 논의와 총회 다수결 통과, 북한 정부의 적극적 협력 의지 등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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