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포스코·KT 등 앞다퉈 ‘대북 TF 팀’ 가동
직접 사업 가능성까지 타진… 스마트복합단지 등도 기대
기업들에 북한은 기회의 땅이다. 특히 북한은 산업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신산업의 새로운 시험장으로서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한반도에 훈풍이 불 때마다 남북 경협은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을 북한에 이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보다 적극적인 방법론들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일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기업들은 개성 일부 시가지에 시범적으로 스마트 복합단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신의주에는 국제적인 규모의 스마트 복합단지, 해주에는 스마트 팜을 조성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기업들은 앞다퉈 대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남북 경협은 물론 북한에서의 직접 사업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TF팀’을 중심으로 금강산 및 개성관광 등 향후 남북경협 사업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남북 경협사업 확대에 대비해 포스코 주요 그룹사가 참여하는 ‘대북사업 TF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원료 등 자원 수입을 검토하고, 철도·도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한반도 철강산업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남북협력사업개발 TF’를 가동하고 북한 내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사업에 대한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도 인프라 사업을 위해 대북사업준비팀을 구성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제약업계에서도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도 대북 사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까지 아우르는 지역에서 사업을 모색하는 ‘북방 TF’를 구성했다. 화장품 업체들 역시 북한산 화장품의 질이 떨어지고 공급이 부족한 만큼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중소·벤처기업계도 북한 진출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IBK기업은행 북한경제연구센터가 2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9.5%가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71%는 남북경협 사업에 관심이 있으며 65%는 경협이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낮은 인건비(76.8%)와 원활한 의사소통(33.3%) 등이 남북경협의 강점으로 꼽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