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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토장’ 된 매케인 장례식… 트럼프는 골프장行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 유해가 담긴 관이 1일(현지시간) 장례식이 열린 워싱턴 국립성당을 나서고 있다. 운구 행렬을 둘러싼 조문객 맨 앞줄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 오바마 대통령(왼쪽부터)이 나란히 서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과거 대권을 놓고 경쟁했던 매케인 의원을 위해 조사(弔辭)를 낭독했다. AP뉴시스


딸 메건, 추모사 통해 직격탄… 조사 맡은 부시·오바마도 매케인과 비교하며 트럼프 비판
초대 못 받은 트럼프 ‘분노의 트윗’… 어깃장 놓듯 골프로 맞대응


미국 보수 정치계의 거목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치러졌다.

이 장례식은 매케인 의원이 평생 강조했던 통합과 헌신의 메시지를 기리는 자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성토장’이기도 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매케인의 딸 메건은 유족을 대표해 전한 추모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독하게 비판했다. 매케인의 관은 성조기에 덮여 있었고, 메건은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할 때는 단호했다.

메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슬로건을 겨냥해 “매케인의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기 때문에 더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메건은 이어 “우리는 여기 잠든 ‘미국의 위대함(매케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이 위대함은 그가 조국에 바친 희생의 근처에도 오지 못한 사람들의 값싼 미사여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참된 것이며, 그가 고통 받으며 복무하는 동안 특권의 삶을 살았던 이들의 기회주의도 감히 비할 바가 못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사(弔辭)를 맡았다. 부시는 2000년 대선 공화당 경선,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매케인과 경쟁했던 인물들로, 조사 낭독자 선정에도 매케인의 통합의 정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매케인의 용기와 애국심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은 상대가 대통령이라고 해도 봐주는 것이 없었으며 반대자들 역시 애국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영예로움을 지녔다”고 회상했다. 이어 “매케인은 권력 남용을 혐오했으며 편견이 심한 사람들과 으스대는 폭군들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은 때때로 자신이 속한 정당에 맞서면서 초당파적으로 일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싸웠다”면서 ‘언론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장례식에는 정파를 초월해 미국 정치의 거두들이 총출동했다. 부시·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부가 모두 참석했고, 앨 고어·딕 체니 전 부통령 등도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 부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추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장례식이 진행 중이던 시간에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며 끝까지 옹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35분간 거행된 장례식 와중에도 ‘러시아 스캔들’과 언론을 비난하는 트위터 글을 쏟아냈다. 그는 장례식 시작 전 “뉴스 보도가 ‘적(敵)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말한 앨런 더쇼비치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발언을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다. 더쇼비치 교수는 그의 비공식 자문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버락(Barack)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배럭(Barrack)으로 철자를 잘못 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장례식 몇 시간 뒤에는 트위터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짧은 글을 올렸다. 메건의 추모사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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