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하루아침에 불타 버리자 브라질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고스란히 드러난 ‘예고된 화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민 수백명은 3일(현지시간) 박물관 정문 앞에서 화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화재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박물관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브라질 정치인들이 불을 지른 셈”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역사와 꿈을 불태우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화재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최소 2000만점의 유물 중 90%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실된 유물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2000년 전 여성 두개골 ‘루지아’와 1784년 발견된 5.36t 크기의 브라질 최대 운석, 희귀 공룡 화석 등이 포함됐다.
박물관 측도 정부가 박물관 관리·지원에 소홀했다며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2013년 약 13만 달러였던 박물관 예산은 과학교육 분야 긴축 정책으로 지난해 8만4000달러까지 줄었다. 박물관 내에 고장 난 채 방치된 스프링클러조차 제때 보수할 수 없었던 이유다.
루이스 두아르테 부관장은 “지난 6월에야 방재시스템 보완을 위한 추가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10월 대선 이후 (예산 집행이) 가능했다”며 “월드컵 경기장 한 곳에 들인 돈의 4분의 1이면 박물관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학자 메르시오 고메즈는 “브라질은 500년의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이 박물관은 200년이나 됐다”며 “우리가 가진 모든 역사가 사라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