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이 미국 경찰 총에 목숨을 잃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자 이를 비판하기 위해 ‘무릎 꿇는 시위’를 주도했던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나이키의 광고모델로 선정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캐퍼닉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출연한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 30주년 광고사진(사진)을 공개했다. 여기엔 “무언가를 믿어라. 비록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의미일지라도”라는 문구가 적혔다. 광고사진이 공개되자 나이키가 광고를 통해 캐퍼닉을 두둔하고 NFL을 비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으로 활약하던 캐퍼닉은 시위를 한 2016년 시즌이 끝난 후 방출됐다. 이후 NFL 내 어떤 구단도 그와 계약하려 들지 않았다.
캐퍼닉은 최근 NFL 구단주들이 자신과 계약하지 않기 위해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트위터에 시위에 나선 선수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써서 비난받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수십년 후 미국인들이 무릎 꿇기 시위를 돌아볼 때 캐퍼닉의 나이키 광고가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퍼닉은 2016년 백인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던 흑인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자 항의 표시로 무릎을 꿇고 국민의례를 거부했다. NFL의 다른 선수들도 여기에 동참해 시위를 벌여 큰 파장이 일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선수들이 국가를 모독했다며 강하게 비난해 미국 사회가 양분됐다. 공화당과 보수 지지자들은 여전히 무릎 꿇기 시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캐퍼닉의 광고가 공개되자 일부 시민은 나이키가 만든 옷과 신발 등을 불태우며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비버카운티의 공화당위원회 임원이 페이스북에 “무식한 흑인들은 아프리카로 가야 한다”고 썼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