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 거목 ‘하늘의 링’으로

'한국 대표 프로레슬러' 이왕표 빈소


한국 프로레슬링의 거목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4일 별세했다. 향년 64세.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1975년 김일체육관 1기생으로 프로레슬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다 1980년대 돌아와 국내 프로레슬링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세계프로레슬링기구(WWA)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면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시들해진 뒤에도 프로레슬링의 부흥과 후진 양성을 위해 꾸준히 힘썼다.

이 대표는 프로레슬링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평생을 싸워 왔다. 프로레슬링이 ‘쇼’일 뿐이라는 부정적 시선에 “내 프로레슬링은 진짜”라며 “프로레슬러는 어떤 격투기 선수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쉰이 넘은 나이에도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밥 샙과 2009년과 2010년 종합격투기 경기를 벌여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 대표는 2013년 담도암으로 쓰러졌다. ‘시각장애인 개그맨 이동우에게 눈을 기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수술을 받았을 정도였다. 담도암으로 투병하던 2015년 5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자신의 은퇴식과 은퇴 기념 경기인 ‘포에버 챔피언’을 열어 프로레슬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려 노력하기도 했다. 은퇴 경기였지만 투병으로 인해 직접 경기에 참가하진 못했다. 그는 당시 “이곳은 김일 선생님께서 은퇴식을 치른 자리”라며 “오늘 멋진 시합으로 보답했어야 하는데 투병 중인 관계로…”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기적적으로 병을 이겨냈지만 최근 암이 재발하면서 끝내 눈을 감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이 대표 별세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역도산, 김일, 그리고 이왕표님까지… 또 한 시대가 갑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그동안 꿈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이고, 장지는 경기도 일산 청아공원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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