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똑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별로 다른 음색을 낸다. 각기 다른 음색의 조합인데도 잘 어울린다. 소리는 공기 밀도가 시간과 공간에서 진동하며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악기에서 만들어진 음파의 에너지가 시공간에서 전파되어 귓속 고막을 주기적으로 울리면 사람은 소리를 듣는다. 고막이 떨리는 주기에 따라 소리의 높이는 달라진다. 고막이 떨리지 않으면 고요하다. 고막이 떨려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을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20∼2만㎐ 영역이다. 모든 악기는 가청주파수 영역에서 소리를 재현해낸다. 현대 서양음악 체계는 가청주파수를 10개의 옥타브로 나누고, 한 옥타브와 다음 옥타브 사이의 주파수 비율을 두 배로 정한다. 우리 귀는 주파수 비율이 두 배, 세 배로 정수배인 음은 같은 음으로 인식한다. 주파수 비율이 정수배이면 서로 조화로운 파동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즉, 낮은 도와 높은 도를 사람은 같은 음으로 인식한다. 이 원리에 따라 음악에는 ‘기본음’과 ‘배음’이 있다. 바이올린, 첼로 같은 현악기는 현의 적절한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어 각각의 음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조절된 현의 길이 전체가 진동해서 만들어내는 음이 기본음이다. 그런데 현의 진동은 전체 길이의 진동 외에도 1/2, 1/3, 1/4배 길이의 진동도 가능하다. 이런 진동들은 기본음보다 2배, 3배, 4배 높은 배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모든 악기는 기본음과 2배, 3배, 4배로 높은 여러 종류의 배음이 섞인 소리를 낸다. 기본음이 악기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하더라도 소리를 키우는 공명통의 구조에 따라 섞이는 배음의 종류와 세기는 각기 다르다. 따라서 기본음과 섞이는 배음의 비율이 악기마다 서로 차이 나고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독특한 음색이 만들어진다.
이남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