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 바닥에서 자는 건 새로운 경험이지만 이불이 푹신푹신해 문제없습니다.”
600년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경북 의성군 사촌마을에는 세계 각국의 스토리텔러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우리 전통과 멋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파한다.
의성군은 미국·호주·베트남·필리핀의 스토리텔러 5명이 지난 1일부터 점곡면 사촌마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 중이라고 5일 밝혔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情)에 매료돼 ‘사촌마을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 공모에 참여한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이 마을에 머무른다.
이들은 마을에 머무르는 동안 전통예절을 비롯해 한국어·역사·문화·서예 등의 한국문화 체험, 사촌마을 이야기 알아보기, 농가·경로당·어린이집 등 마을주민과의 교류 및 봉사, 마을 인근 탐방 등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 온 시인 사뮤엘 카프라데(31)씨는 “미국 역사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600년된 마을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면서 “마을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음식도 모두 맛있다”고 즐거워했다. 한국식 자연농법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마을사람들이 친아들처럼 대해 주고 있다”며 “잘 배워서 미국에 가서도 이 농업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 스토리텔러 자넷 조이버(55)씨는 “한국어는 모르지만 닷새 동안 머무르면서 마을 사람들의 미소에서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졌다”며 “한국과 사촌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호주는 물론 세계인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사람들의 호의와 포용력은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체험담을 유튜브와 SNS 등에 실시간 업로드하면서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한 백범 선생의 말씀처럼 문화콘텐츠는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력”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의성군이 가진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촌마을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이 마을에 사는 만취당파 종손 김희윤씨와 K-스토리 텔러 김승아씨의 기획이다. 이들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사촌마을에서 한국전통문화를 배우고 연구할 외국 스토리텔러들을 공모해 최종 5명을 선발했다.
사촌마을은 조선시대 학자인 서애 류성룡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데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 등 국난 때는 의병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의성=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