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제 할머니는 남자 형제를 뒷바라지하느라 글을 배울 때를 놓쳤습니다. 수십 년 동안 글을 몰라 무척이나 힘들어했습니다.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 ‘할머니 한글공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대학생 김하늘(20)씨는 문맹 할머니들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고자 모인 ‘옹이서당’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옹이서당은 문맹 할머니의 자서전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5일 기준 181명이 후원해 155만원이 모였다.
옹이서당은 대학연합동아리에서 만난 대학생 9명이 모여 만들었다. 부산외대에 재학 중인 민혜림(25)씨는 “초등학력 미달자가 311만명이나 되는데 그중 가부장제 전통 아래서 글을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팀원 9명 중 3명의 할머니들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할머니들을 돕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옹이서당은 성인 여성에게 한글 교육 및 자서전 쓰기 수업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푸른어머니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그곳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글을 몰라 택배에 사인하기가 무서워서 일부러 손에 비누칠을 하고 나갔다. 은행에 갈 땐 손에 붕대를 감고 갔다”며 까맣게 탄 속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옹이서당팀의 모금활동은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