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을 떠나 살 수 없을까.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진실한 사랑은 절대적이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진실하다. 반례를 허용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사랑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삶을 통째로 흔들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한 연인의 진실한 사랑과 이에 대한 기억을 집요하게 파고든 이 소설은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고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오직 사랑뿐이라는 듯, 이 책에 ‘단 하나의 이야기(The Only Story)’라는 원제가 붙은 이유다.
이야기는 주인공 폴의 회상으로 전개된다. 폴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바꾼 첫사랑의 기억을 곰곰이 되짚는다. 1960년대 초, 19살의 대학생이었던 그는 여름 방학을 맞아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본가로 돌아간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들어가게 된 폴은 그곳에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폴 또래의 딸 둘과 남편을 둔 48세의 여인. 하지만 자신감과 유머가 넘치는 그녀를 폴은 깊이 사랑하게 된다.
수전도 그런 그를 사랑한다. 폴은 수전이 남편에게 수시로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폴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둘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수전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자신을 잃어간다. 폴도 그녀를 보면서 함께 고통을 겪게 된다.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각 장마다 다른 시점이 등장한다. 1장에서는 수전을 열렬히 사랑하는 폴 자신의 모습이 1인칭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의 고통이 점차 커짐에 따라 2장에서 그는 ‘너’라는 2인칭으로 불리고, 3장에서는 ‘그’라는 3인칭으로까지 불리게 된다. 이런 시점의 변화는 사랑의 기억에 객관적이고 진실되게 다가가고자 하는 폴의 처절한 노력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녀에게서 점차 멀어지는 그의 마음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처럼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독자는 열렬히 사랑에 빠져들었다가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이유 모를 상실감으로 한참을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책은 말한다. “모든 사랑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일단 거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게 되면 진짜 재난이 된다. …이것은 사랑의 최대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이 말한 사랑에 관한 진실이었으며, 여기에는 삶의 슬픔이 모조리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