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해 보이는 얼굴이다. 파랑 넥타이와 검정 벨트는 씩씩한 느낌을 준다. ‘교통보안’이라고 적힌 완장은 이곳이 북한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하얀 재킷에 파랑 치마 제복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낯선 제복만 아니라면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 사진가 하츠자와 아리의 사진집 ‘이웃 사람’에 실린 사진이다.
아리는 2010년부터 지난 2월까지 모두 7차례 방북해 북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북한과 일본 정상이 2000년 양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조일평양선언’을 발표했음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하다고 한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사진집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소개한다.
“일본의 가정에서 자기 전에 어머니와 아이들이 이불 속에서 그림책처럼 책장을 넘겨보는 사진집을 만들고 싶다. 사진을 보는 아이와 찍힌 아이의 시선이 한 점으로 이어지는 그 조그마한 접점 안에 국가가 개입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제 사진집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보통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힘겹게 뛰는 소년과 소녀들, 공원에서 담소하는 남자들, 살구꽃 아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사진을 촬영한 시기는 북한이 김정일에서 김정은 체제로 이양되는 때와 겹쳐진다. 사진 속 북한은 유엔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더 활기 있게 변하는 ‘이웃 나라’다. 또 거기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표정을 가진 ‘이웃 사람’으로 그려진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