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사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5일 “북핵에 모든 것을 다 걸면 남북 관계가 잘 안 된다”며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부수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보이는 미래 콘퍼런스 2018’에 참석해 “북·미 관계가 잘 안 된다면 남북 관계를 진전시켜 북·미 관계도 잘 되도록 하는 혁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만 올인하면 남북 관계는 물론 북한의 개혁·개방과 동북아 다자안보시스템 구축 역시 어려워지는 만큼 여러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특보는 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도 문제 삼았다. 그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은 잘못한 어린애를 야단만 치는 것이었다”며 “먼저 칭찬해주고 북한이 비핵화에 구체적 진전을 보이면 제재 완화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북한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하면 야단치는 부정적 강화를 적용하기보다 칭찬하는 긍정적 강화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놓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이 재개되려면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특보는 미·중 갈등으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면 중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동북아 지역 국가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볼 때는 미·중이 협력할 때”라며 “우리는 북한의 위협이 있다면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특정 블록의 편에 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지난주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종전선언에 대한 미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특보는 이날도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지속됐던 전쟁이 끝난다는 선언으로 평화협정이 만들어질 때까지 정전협정과 유엔군사령부, 군사분계선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날 방북한 대북 특사단과 관련해선 “좋은 소식을 갖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