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미래포럼] 지속가능한 남북 경협의 핵심은 신뢰 구축과 유지

‘2018 국민미래포럼’의 패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김광석 삼정KPMG 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 전무이사. 김지훈 기자






오는 18∼20일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가 핵심 어젠다로 재부상하고 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은 6일 ‘남북 교류협력 추진방안’이라는 제목의 국민미래포럼 제2 주제발표에서 “신뢰 구축과 유지가 지속 가능한 남북 경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원장은 “남북 경협은 한반도 평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결국 ‘금융(경제)은 크레디트(신용)’인데 그 어원인 신뢰, 신용이 남북 관계와 경제협력 추진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톱다운(수직적 정부 주도)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경협의 토대가 취약할 수 있다”며 “당장은 대북 제재와 관련 없는 남북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부원장은 “북한의 경제 규모는 약 36조원(한국은행 통계 기준)으로 우리의 4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남북한 경제 격차를 우선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양측이 경제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큰 데다 북한은 대북 제재로 산업생산·대외경제활동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 내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면서도 북한의 국제금융시장 진입 지원 등을 통해 개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경제정책이 우리의 구상과 일치하는지’와 ‘북한이 수용할 것인지’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정 부원장은 ‘북한이 남한에 지역 독점 개발권을 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북한 스스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개혁·개방 과정에서) 주변국 경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존 남북 기본합의서와 4대 경협 합의서를 개정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 부원장은 또 “남북 간 기존 합의사항 개정이 경협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합의서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 일부 대북사업만 보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협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평양의 백화점에서 팔게 될 경우를 상정해 고용과 수익 회수, 분쟁 해소 등을 다룰 수 있는 남북한 합의가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북한은 절차적 정당성보다는 결과적 목적 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기업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새로운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체결이 핵심 수순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 부원장은 “현재 남북 관계는 통일로 가는 잠정적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CEPA는 협정이 아니라 약정이 바람직하다”고 정리했다. 그간의 무관세거래 원칙에 기반한 낮은 단계 또는 잠정적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점진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해 시장거래 원칙에 따라 남북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부원장은 CEPA의 체결 시기 및 방식과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루거나 2009년 수준으로 남북 관계를 우선 회복한 뒤 추후 적절한 시기를 모색하는 방안이다. 정 부원장은 “장기적으로 북한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10년 이상 길게 바라보며 추진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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