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속도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퍼지고 있다. 이제는 ‘철책’을 넘어 ‘경제통일’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경제통일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종착지에 닿을 수 있는 고속도로다. 첫걸음은 통념 깨기다. 그동안 이뤄졌던 남북 경제협력의 낡은 틀을 벗어야 한다. 특수한 분야에 국한됐던 경협의 중심축을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체결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한 경협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남북이 일종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한반도에 그려질 새로운 경제지도는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국민미래포럼’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행사 의미가 더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송영길 의원은 ‘문재인정부와 북방 경제협력’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남북 경협에서의 다자 협력, 민간 부문 역할을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송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동북아 거대 경제권 등장에 대비한 경협 네트워크 구축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기존 정책이 북한 고립을 추구했다면 문재인정부의 북방정책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국제사회 진입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주변국가의 다자 협력을 통한 한반도 공동번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경협의 추진 주체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 정·관·경제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전날 돌아온 대북 특별사절단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왔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전면적 경제협력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자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그 의미가 크다. 남북 경협 확대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조강연 후에는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이 ‘한반도 경제지도가 달라진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이 ‘남북 교류협력 추진 방안’을 주제발표했다. 양 교수는 “남북 경협은 해외 주체들과의 공존, 협력 등 복잡하게 얽힌 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부원장은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 추진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상품 교역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투자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 김광석 삼정KPMG 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 전무이사,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이 패널로 참가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