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이 다음 달 5일부터 본격 진료에 들어간다. 경희의료원(의료원장 임영진)은 10일 “의료원 전면 좌측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후마니타스암병원(사진)을 착공 2년 만에 완공,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암 환자들을 편안히 돌봐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후마니타스’는 인간애, 인류애, 박애 등을 뜻하는 독일어다.
경희의료원은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을 계기로 세계 수준의 글로벌 의료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다. 목표는 ‘암을 넘어선 삶(Life Beyond Cancer)’으로 정했다. 암 개인맞춤 정밀의학과 암 면역치료를 기본으로 암 환자들의 정서적, 사회적 관계 회복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정상설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준비단장은 “진료 후는 물론 진료를 받는 중에도 환자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환자우선주의와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단장은 다음 달 1일자로 병원장으로 선임돼 후마니타스암병원 경영을 도맡게 된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암 환자들의 동선과 공간, 서비스 디자인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1층에 위치한 ‘신환센터’와 ‘이미지증진센터’, 5층 ‘치유의 홀’이 대표적이다.
신환센터를 처음 방문한 환자는 검사를 제외한 진료계획에 대해 한 자리에서 종합적으로 안내받게 된다. 환자 동선 제로를 목표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로 조직된 다학제 협진팀과 전담 코디네이터가 직접 환자를 찾아가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미지증진센터는 가발, 헤어컷, 메이크업 등 병원 내 미용실 개념을 접목한 공간이다. 환자가 경험하는 심적,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마련됐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모발 손실과 체중 감소 같은 외모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보기 좋게 가꿔주는 게 주목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무상으로 제공된다.
의료시설은 최근 들어 좁게는 소통과 휴식의 공간이자 넓게는 지역사회의 미적 공공물로 새롭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후마니타스암병원 역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향유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자 휴식처로 수도권 동북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지향한다.
5층 전체는 환자 및 가족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및 집중치료 공간, 즉 치유의 홀로 꾸몄다. 교육실 중 한 곳을 온돌방으로 만들고,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명상실도 마련했다.
정 단장은 “환자와 지역민이 함께 숨 쉬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역민과 공존하는 복합의료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의료문화 발전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이 추구하는 진료모델은 의학과 한의학, 치의학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다학제적 접근 개인맞춤형 정밀의료가 핵심이다. 한마디로 암 환자 개개인을 중심에 두고 시행하는 정밀의료 서비스를 가리킨다.
정 단장은 이를 위해 경희의료원 산하 의대와 한의대, 치과대 부속병원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첫 방문 암환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진이 신환센터 내 진료실을 직접 방문, 차별화된 통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의대 교수는 암 환자의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을 전담하고 한의대 교수는 한의면역센터를 중심으로 암환자의 면역을 강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암 환자의 약 40%가 경험하는 구강 내 합병증 치료는 치의대 교수들이 담당한다.
영국 로열 마스덴 병원과의 암 면역치료 분야 공동연구 사업도 계속 추진된다. 로열 마스덴 병원은 암 진료 및 연구, 교육에 초점을 맞춰 설립된 세계 첫 암 전문병원이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2016년 전부터 이 병원 의료진과 매년 암 심포지엄을 열어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등 교류하고 있다. 나아가 화상 협진은 물론 암 면역치료 및 면역제제도 공동 개발한다. 미국 MD앤더슨연구소와 하버드대부속병원, 일본 도쿄대부속병원 연구진과도 협력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암 백신 개발 전문 ‘제넥신’사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 단장은 “필요하다면 연구진과 의료진을 이 회사에 파견, 항암신약 임상연구에 동참케 하고 제약기술연수도 시킬 계획”이라며 “한방병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항암신약 개발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밀의학연구소(NGS)도 운영한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마다 다른 항암제에 대한 반응과 부작용 등 개인차를 극복, 개인맞춤 정밀치료를 도모할 계획이다.
정 단장은 “말기 암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의욕을 잃기 쉽다”며 “암 환자들이 삶에 대한 자괴감 속에 소중한 시간을 덧없이 보내지 않고 끝까지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