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4시쯤 경기도 부천시 국철 1호선 역곡역 앞 역곡다행광장. 흥겨운 음악 소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음악 동호회 ‘올드 뮤직’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연에선 노래는 물론 색소폰과 기타, 전자건반, 드럼 등 다양한 악기 연주가 펼쳐졌다.
3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이는 동호회장인 이상삼(58)씨였다. 이 회장은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과 수준급의 색소폰, 전자건반, 드럼 연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을 지켜본 한 60대 관객은 “나는 이 회장의 팬”이라며 “TV에선 노래와 음악을 자주 듣지만 이렇게 직접 공연을 볼 기회는 흔치 않은데 이곳에서 공연을 보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은 오후 3시에 시작돼 6시까지 이어졌다.
이 회장은 혹한기와 혹서기를 피해 매년 여덟 번 정도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무료 공연이지만 수준이 높다. 기타리스트인 남일남씨는 70대지만 현역 시절 유명 악단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떨쳤다. 기타 경력만 50년이 넘는다. 드럼을 친 60대 후반의 배희태씨는 젊은 시절 부산에서 국민가수 조용필씨와 함께 활동한 적이 있다. 현직 가수 윤춘식씨와 최선우씨도 찬조 출연했다. 가수 송대관씨와 친하다는 윤씨는 공연 후 “이 회장의 노래 실력이 나보다 더 나은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고교 시절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불며 음악과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젊은 시절엔 밤무대에서 연주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회장은 “생활고 때문에 결국 30대 중반에 건설현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일이 끝나면 기타와 색소폰을 연습했다. 또 시간을 내 건반과 드럼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25년 동안 낮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 음악을 하는 생활을 했다.
지난해 4월 이 회장은 앨범을 내고 어엿한 가수가 됐다.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유튜브 활동도 활발해 100곡이 넘는 노래와 연주를 올렸다. 유튜브에 ‘털보아찌’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 회장의 노래와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요즘 지역 주민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음악을 전파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는 “음악은 지친 현대인에게 비타민과 같은 것”이라며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친구를 한 명 사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동호회의 문을 두드리면 평생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를 하나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천=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