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위주의 사업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이다. AI 기술을 탑재할 로봇을 개발하는 작업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에 AI 연구센터를 열었다고 9일 밝혔다. 여섯 번째 글로벌 AI 연구센터다. 삼성전자의 AI 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1월 미국 실리콘밸리, 5월 영국 케임브리지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세워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욕이 위치한 미국 동부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밀집해 있어 우수 인력이 풍부한 지역”이라며 “이번 연구센터 개소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연구 역량 강화와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AI 분야를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연구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2016년 11월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대화형 AI 서비스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는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전용 펀드 넥스트Q 펀드를 조성했고, AI 연구활동을 총괄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신설해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을 임명했다. 2020년까지 한국 AI 총괄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약 1000명의 AI 선행 연구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특히 뉴욕 AI 연구센터는 삼성전자의 로보틱스 연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영입된 AI 로보틱스 분야 전문가 다니엘 리 부사장이 센터장을 맡았다. 뇌 신경공학 기반 AI 분야 석학인 세바스찬 승 부사장도 AI 선행 연구를 함께 이끌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본래 글로벌 최상위권의 경쟁력을 갖춘 하드웨어 분야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에 AI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갤럭시S8, 갤럭시 노트8 등 스마트폰에 AI 비서 플랫폼인 빅스비를 탑재했고 퀀텀닷디스플레이(QLED) TV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에도 음성인식 기능을 채택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 기기에 AI 기술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김현석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AI 연구센터 개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해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AI를 담는 그릇 역할은 로봇에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석 사장은 지난달 30일 독일 베를린 기자간담회에서는 “AI 플랫폼에 하드웨어를 붙이면 로봇이 되기도 하고 스마트홈, 스마트시티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