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조선의 삭개오



시각장애인 전도자 백사겸은 ‘조선의 삭개오’라고 불렸던 인물입니다. 1860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출생했는데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아홉 살 때 눈병이 악화돼 시각장애인이 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점쟁이가 됩니다. 뛰어난 화술로 점쟁이 세계에서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돈을 벌면 벌수록 남을 속인다는 게 괴로웠습니다. 1897년 1월 김제옥이라는 전도자가 찾아와 그에게 전도소책자를 전했습니다. ‘인가귀도(引家歸道)’라는 책이었는데, 훗날 그는 “체면 때문에 받기는 했지만 독한 벌레가 손에 닿는 듯해 섬뜩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날 밤 백사겸은 이상한 꿈을 꿉니다. 점치는 일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주변 도움으로 인가귀도를 읽다가 “잡신을 버리고 하나님을 구하라”는 부분에서 회심합니다. 그는 곧바로 23년 점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온 가족과 함께 고양읍교회에서 세례를 받습니다. 사복음서를 암송하고 개성남부교회를 설립했던 백사겸은 40년간 전도자로 살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습니다. 아들 백남석은 미국 유학 후 연희전문학교 교수가 됐습니다.

한 전도자의 전도가 인생을 어둠에서 광명으로, 한 집안을 하나님 나라와 조국을 위해 복되게 쓰임 받도록 이끈 것입니다. 우리의 전도도 이런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박성규 목사(부산 부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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