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음 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신고 약속을 확약받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핵 신고를 약속하면 북·미가 이를 구체화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곧이어 종전선언 협의를 시작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보다 구체화된 핵 신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10일 “김 위원장이 핵 신고를 구두 약속하는 것으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은 한국 정부의 중재안”이라며 “대북 특사단이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그럴 용의가 있다’는 정도만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핵 신고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연일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대북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실무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북·미 간 협상 진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특사단 평양 파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분위기 전환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미 간 신뢰 구축 여부에 대해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 전에 북·미 간 조금 더 진전이 있으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달 말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미측에 전달한 것과 관련해선 “북측도 (미국의 반응을) 궁금해하더라”고 전했다.
대북 특사단 방북 이후 북·미는 최고위급 레벨에서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의지와 신뢰는 분명하게 확인한 상태다. 다만 미 백악관과 정부에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을 하는 데 대한 우려가 여전히 커 김 위원장의 구두 약속만으로 종전선언 협의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의 핵 신고 약속으로 비핵화 협상이 재개돼도 이를 논의할 실무협의 과정은 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 리스트를 제출하려면 북·미 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실무협의를 해야 한다”며 “워킹그룹이 구성됨과 동시에 종전선언 프로세스로 들어갈 텐데, 이것 역시 문구를 조율하려면 관련국 간 중·고위급 회담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다양한 급의 소통을 이어갔다. 정 실장은 오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된 이후의 백악관 기류 등을 공유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방한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 협의를 했다.
권지혜 강준구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