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주 내내 국제사회를 상대로 찰떡 밀월을 과시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동시에 러시아군은 중국군이 참여하는 가운데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두 나라가 ‘반미(反美)’를 공통분모 삼아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극동지역 투자 유치와 대외 경제협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다. 때문에 중국은 그동안 시 주석이 아니라 리커창 총리와 왕양 부총리(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경제통들을 파견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하고 노골적인 친(親)대만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은 미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생겼다. 러시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시리아 내전과 대북 제재 등 현안에서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최근 급변한 것도 행사의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러시아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모두 초청해 동방경제포럼의 판을 키우려 했으나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행사에 참석하는 정상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북한 비핵화의 장애물로 지목한 상황에서 중·러 정상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행사 첫날인 11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기자회견까지 열 예정이다.
아울러 러시아군은 11∼15일 우랄 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걸쳐 ‘보스토크(동방)-2018’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푸틴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을 마치고 곧바로 이동해 훈련을 참관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을 위해 러시아군은 병력 30만명과 항공기 1000여대, 차량 3만6000여대를 투입했다. 1981년 구소련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겨냥해 실시한 대규모 무력시위 ‘자파드(서방)-81’ 군사훈련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이례적으로 중국군 병력도 일부 참가한다. 병력 3200명, 항공기 30여대, 차량 90여대 등으로 러시아군과 비교해서는 소규모다. 중국군 병력은 사전에 만주 지역을 거쳐 러시아 영토 내 훈련장에 전개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부터 발트해와 남중국해, 동지중해에서 해상 합동훈련을 열어 왔다. 하지만 러시아 주도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중국이 참여하는 형태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중·러 군사 협력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파겔 펠겐하우어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훈련은 미래 세계대전을 대비한 것”이라며 “(훈련의) 가상 적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과 실전 경험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군은 2008년 조지아 침공과 2014년 크림 반도 병합,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 최근까지 전쟁을 벌여 왔다. 이에 반해 중국군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이후 40년 가까이 실전 경험이 없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