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엄마를 찾는지 온몸으로 울어대고, 소쿠리를 든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치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소녀, 절규하는 사람들 사이로 영화 촬영용 붐 마이크를 든 장신의 남자가 무표정하게 서 있다. 광장에 모인 이 사람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순백의 인물들 사이를 흐르는 싸한 공기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110명의 크고 작은 인물들을 디오라마 기법으로 제작해 너른 테이블에 배치하고, 영상을 곁들인 이는 톰 니콜슨(1973∼)이다. 호주 작가인 니콜슨은 사회 구성원의 집단기억과 정치사 등을 테마로 작업해 왔다. 멜버른에서 활동하지만 인도네시아 태생이기에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간 국가 정책과 이주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그는 자카르타예술가연합의 초청으로 ‘해외 작가 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독립과 해방, 호주의 이민정책에 더욱 주목하게 됐다.
니콜슨이 2018광주비엔날레에 내놓은 작품은 호주로 이동하다 인도네시아에 표류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하자라족 난민을 모티프로 한다. 작품 타이틀은 하자라족 출신의 젊은 영화제작자가 수마트라의 외진 숲을 떠돌다가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외친 것에서 따왔다. 니콜슨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양한 인물을 너른 무대에 배치하고, 삶의 경계에 선 저들의 긴박한 상황을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올 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이란 주제로 43개국 165명 작가의 작품 300여점을 비엔날레 전시관과 아시아문화전당 등에 설치하고, 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지정학적 경계는 물론 인간 의식의 경계를 탐색하고, 역사를 반추해 보는 광주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이어진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