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각종 차별을 겪고 있는 미혼모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산전 관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임신부는 20대 이상 임신부보다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가 적고, 그만큼 조산할 위험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2010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유산 또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 46만여명을 대상으로 임신 기간에 받은 진찰 횟수 등을 분석한 결과, 10대 임신부는 평균 6.3회, 20대 이상 임신부는 평균 9.4회 출산 전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대 임신부 가운데 산전 진찰을 4회 이하로 받은 경우는 41.9%였고, 이중 출산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진찰을 받지 않은 경우는 14.4%에 달했다. 20대 이상 임신부에서 4회 이하로 산전 진찰을 받은 비율이 11.6%, 한번도 받지 않은 경우가 3%에 불과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10대 임신부가 조산을 경험하는 비율은 3.7%로, 20대 이상 임신부의 조산 비율인 1.3%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전 진찰로 발견할 수 있는 합병증, 빈혈이나 임신중독증을 초기에 잡지 못해 조산, 사산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만난 미혼모 사례를 보면, 임신 38주 후 복통으로 인해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에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많은 미혼모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꾸준하게 다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맘편한카드’를 만들었는데, 이외에도 초음파비용, 태동검사 비용 등 산전 진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 병원을 잘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미혼모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최근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을 양육 중인 10∼40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63.2%에 달했다. 그들의 국가지원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절반도 못 미쳤고, 산후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7.4%, 현재 겪고 있는 경우는 19.8%로 나타났다. 주관적 건강 상태를 매우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8.4%,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37.6%였다. 좋다고 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힘들 때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한 비율은 29.5%, 재정적으로 힘들 때 도움 받지 않는 비율은 38.4%였다. 신체적으로 힘들 때 도움 받는 곳이 없는 경우는 40.9%에 달했다.
이준영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혼모 시설에 있는 여성들과 그렇지 않은 미혼모 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편”이라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미 교수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미혼모를 모을 수 있는 시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시설을 통해 이들이 실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복지와 보건이 통합된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부는 관련 부처와 함께 임신·출산 미혼모의 건강관리 지원에 계속 힘쓰는 한편, 관련 서비스를 홍보해 미혼모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