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 외교 통한 ‘톱다운’ 방식 성사 땐 비핵화 시간표 단축
3차 남북회담서 청사진 마련, 10월 북·미회담서 ‘결론’ 구상도
2차 회담 장소는 워싱턴 유력 金, 미국 땅 밟을지 초미관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회동에서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 합의라는 비핵화 ‘원샷 빅딜’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친서 외교’ 방식을 통해 김정은(오른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특징이 있다. 북·미 정상이 실무라인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단방에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다면 위에서 밑으로 지시가 전달되는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신고와 종전선언 관련 청사진을 만든 뒤 10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에 도장을 찍는 시나리오도 부상 중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워싱턴이 거론되는 만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햄버거 회담’ 성사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의 성과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받았다”면서 “친서의 주요 목적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고 일정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서는) 매우 따뜻하고 긍정적인 편지”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열려 있으며, 이미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논의에 착수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간, 장소와 관련해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 “올해 어느 시점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완전히 새로운 물줄기를 만나게 됐다. 북·미 정상이 2차 회담에서 원샷 합의를 이끌어내면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합류해 남·북·미 3자 틀 안에서 종전선언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가 핵 신고와 종전선언 합의라는 첫발을 떼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이라는 종착역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퍼지고 있다.
현재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워싱턴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가시적 성과가 보장만 된다면 워싱턴에서 화려한 이벤트를 여는 계획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관측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북한 정상이 사상 처음 미국 땅을 밟을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다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빠지지 않는다. 롤러코스터 같은 북·미 관계를 감안하면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악수를 나눌 때까지는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