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에 수억원의 외화를 숨긴 채 해외로 빼돌리려 했던 범행이 공모자의 배신으로 들통났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외화를 빼돌리려 한 혐의(횡령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최모(53)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30분쯤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에서 유로화와 달러 등 한화 4억200만원 상당의 외화를 들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치기’(무등록 외국환 업무) 일당의 운반책이었던 최씨는 이날 수고비 4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공모자 김모(40)씨에게 받은 외화를 필리핀 현지에서 일당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사건 당일 김씨와 함께 김해공항에 도착한 최씨는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외화를 빼돌리기 위해 공항 화장실에서 자신의 사타구니와 신발 등에 현금을 나눠 넣은 뒤 CQI(세관 검사·출입국 관리·검역)를 무사히 통과했다. 최씨의 세관검사 통과를 확인한 김씨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최씨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채 다시 출국장을 빠져 나와 은신처로 도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500유로 한 장이 65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수억원 상당이지만 사타구니에 숨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소지한 외화는 500유로권 590장, 100달러권 100장이었다. 최씨는 화장실에서 외화를 숨기던 중 액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훔쳐 달아날 생각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최씨는 5000유로를 환전해 숨어 지낼 집을 구한 뒤 피신해 있다가 김씨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최씨에게 외화를 건넨 김씨에 대해서도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