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0조라는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 정부는 수천억원 제출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서도 함께 제출했는데, 내년도 예산에 2986억원이 소요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야당이 전체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등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남북 간 협력사업에 소요될 재원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에 따른 남북 간 협력사업 소요비용을 추계하면서 2019년도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정소요만 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남북 간 철도·도로·산림 협력 분야에 2986억원이 추가 소요되며,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정부가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해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총 4712억원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1726억원은 지난해 남북협력기금에도 이미 편성됐던 예산이므로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난해 대비 확대 편성한 예산은 2986억원이라는 논리를 폈다.

사업별로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2951억원, 산림협력 1137억원, 사회문화체육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에 541억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83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 또 북측 철도·도로 개보수 비용은 대북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고, 산림 협력과 남북 교류 비용은 남북협력기금에서 무상 지원키로 했다.

그동안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민간업체들은 북한의 인프라 개발 투자비용이 수십조원에서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정부는 이번 비용추계서에 내년도 예산에 포함된 초기 투자비용만 적시했다. ‘대북 퍼주기 논란’을 의식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1년치 예산만 적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15 경축사에서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통일부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이행 비용으로 14조3000억원을 추계한 바 있다. 항목별로는 경의선 철도·도로 개보수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지원에 8조6700억원, 개성공단 2단계 사업 관련 3조3000억원, 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 조성에 1조143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위원회도 2014년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프라 육성에 156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철도와 도로 사업에 각각 86조원과 4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6월 북한 내 철도와 도로, 공항, 발전소 등 인프라 부문을 재건하는 데 장기적으로 70조8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비용추계서에서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와 분야별 남북 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지원 방안 마련 이전까지는 연도별 비용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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