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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피하려… 체중 늘린 성악과 학생들



고의로 체중을 불려 현역병 복무를 피한 성악과 대학생 12명이 적발됐다. 성량을 깊고 풍부하게 하려고 살을 찌우는 일부 성악가들의 관행이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다.

병무청은 11일 현역병 복무를 피하려고 체중을 늘린 혐의(병역법 위반)로 서울 소재 명문대에 다니는 김모(22)씨 등 1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대학 성악과 선후배인 12명은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12명 중 2명은 이미 복무를 마쳤고 4명은 복무 중이다. 나머지 6명은 소집대기 중이다. 사회복무요원은 병영이 아니라 사회복지, 보건·의료기관 등에서 출퇴근 근무를 한다.

12명은 체중을 늘리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먹거나 신체검사 당일 알로에 음료를 많이 마셔 일시적으로 몸무게를 1∼2㎏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병무청 관계자는 “알갱이가 있는 알로에 음료는 물보다 느리게 흡수되기 때문에 신체검사를 받을 때까지 소변을 참으려고 이 음료를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2013년 첫 신체검사에서 키 175㎝, 몸무게 77㎏으로 현역 입영 대상인 3급 판정을 받았다가 3년 뒤 재검사 때 몸무게를 106.5㎏으로 늘려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례 등이 이번에 적발됐다. 6개월 만에 30㎏을 늘린 경우도 있었다. 병역 판정은 키와 비교해 과도한 비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학년별 단체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체중 증량 방법을 공유했다. 스마트폰 기록을 복원하는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통해 확인된 대화방에는 “알로에 주문 많이 해야겠네” “알로에 그거 물건이다” “하루 5끼만 먹으면 돼” “100㎏ 찍어야지” 등의 말이 오갔다.

12명 중 일부는 “성량을 좋게 하기 위해서 살을 찌운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고교 생활기록부 등을 조사해 급격한 체중 증가뿐 아니라 사회복무요원 소집 처분을 받은 후 체중 감소 정황도 확보했다.

12명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복무를 마쳤거나 복무 중인 사람도 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기간도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제보를 받아 수사를 진행한 병무청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병역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2010년 이후 성악과 출신 중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사람은 200여명으로 파악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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