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된 수술실·응급실 CCTV영상들이 병의원 내 유령수술, 인권침해, 주취자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줘 충격을 주었다. 올해 5월 부산 영도구 한 정형외과에서 원장이 어깨뼈 수술 대부분을 의료기기업체 직원에게 시키고, 이러한 계획적인 환자동의 없는 집도의사 바꿔치기인 유령수술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지시했다가 환자가 뇌사에 빠졌다. 다행히 수술 10여분 전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가는 모습과 원장이 수술 진행 후 30분이 지난 시점에 사복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채 20분도 되지 않아 나오는 모습이 CCTV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진실이 묻힐 뻔했던 유령수술이 밝혀졌다.
2013년 3월 한 성형외과 의원에서는 수술대에 전신마취로 누워있는 환자를 상대로 의료진들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수준의 노골적인 성희롱 대화들이 환자의 어학용 녹음기에 녹음됐다. 환자가 법원을 통해 어렵게 입수한 CCTV영상에는 녹음된 내용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수술모를 착용하지 않고 수술복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상태로 수술하는 모습과 간호사가 익숙한 듯 칫솔을 문 채 수술실 내부를 활보하는 모습, 수술 이후 환자가 수면 마취된 상태로 수술실에 한참동안 방치된 모습 등” 환자인권 침해행위가 녹화됐다.
올해 6월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는 만취 환자보호자가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보호자는 응급실에서 의사에게 주먹을 휘둘렸고 바닥에 쓰러진 의사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폭행했다. 이로 인해 응급실 바닥이 의사가 흘린 피로 흥건해졌다. 모든 광경이 응급실 CCTV영상에 그대로 녹화됐고, 이것이 공개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응급실 치료환경을 만들자는 여론도 형성됐다.
유령수술 사건, 수술실 성희롱 사건, 응급실 의사폭행 사건 모두 공통적으로 CCTV영상이 등장한다.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방법보다 더 효과적인 범죄예방 방법은 없다.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범죄행위가 대폭 줄어든 이유다.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수술실 내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은폐성으로 수술실 내 유령수술이나 환자인권 침해행위는 계속적으로 양산될 수 있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다면 유령수술과 환자인권 침해행위는 대부분 근절될 것이다. 고성능 카메라로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정밀하게 촬영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누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영상 촬영이면 충분하다.
CCTV영상은 범죄행위 뿐 아니라 의료사고나 의료분쟁 진실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응급실 CCTV 설치에 찬성하고, 실제 대부분 응급실에 CCTV가 설치됐다. 그러나 수술실 내 유령수술이나 반인권적 행위로 의사면허의 권위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계속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이나 환자 요청이 있는 경우 CCTV 촬영을 의무적으로 하고 촬영 영상은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고, 수사·재판·분쟁조정 등과 같은 일정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의료계 반대로 폐기됐다. 국회는 다시 한 번 수술실 CCTV 설치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의료계가 과도한 의료행위 감시라며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수술실 CCTV 촬영 허용을 통해 수술실이 안전한 장소가 되도록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한국환자단체 연합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