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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한 시민운동가



안진걸(46)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의 시민운동을 이끈 행동대장이었다. 2000년대 한국에서 벌어진 온갖 ‘을(乙)의 싸움’의 최전선에 그가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진걸을 가리켜 “신문 사회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으로 부르곤 한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면 9800개 넘는 기사가 등장한다.

‘되돌아보고 쓰다’는 그런 안진걸이 펴낸 첫 책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 한 시민운동가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초반부를 장식하는 건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본 이야기.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대학에 진학해서는 학생회 활동에 몰두했고, 졸업한 뒤에는 참여연대에 들어가 20년 가까이 다양한 활동을 벌인 기록이 하나씩 등장한다.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이들에게 안진걸은 “길거리 적폐세력”이고 “전문 시위꾼”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만큼 그는 20대 이후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보냈다. 책에서 가장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역시 “전문 시위꾼”인 그가 집회에 대한 생각을 밝힌 대목들이다.

책에는 40편 넘는 글이 실렸는데, 이 중에서 딱 하나만 골라서 읽어야 한다면 중반부에 등장하는 에세이 ‘날라리와 장수풍뎅이’를 추천하고 싶다. 집회 현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집회를 주최하는 이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일에 무신경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현장에 나부끼는 온갖 단체의 깃발에 대한 단상도 담겼다.

그는 “집회를 축제처럼, 한 편의 뮤지컬처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고 재미있게 공명하는 그런 집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어떤 글은 매체에 실은 사회성 짙은 칼럼이고, 어떤 글은 개인적인 감성이 담긴 수필이거나 수첩에 메모해놨던 짧은 글이다. 책을 읽고 나면 대한민국의 지난 20년을 돌아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안진걸의 삶이 곧 대한민국의 지난 20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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