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미국 남동부 해안 상륙이 임박했다. 미국 기상청은 예상 이동 경로를 고려할 때 플로렌스가 14일(현지시간) 오전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상륙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플로렌스는 해일과 홍수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플로렌스의 경로에 놓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3개 주에서는 11일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주민 170만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간단한 짐만 챙긴 채 서둘러 대피했고, 공장과 학교 등은 모두 문을 닫았다. 버지니아주와 인접한 메릴랜드주와 수도 워싱턴DC도 폭우와 단전이 우려된다며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CNN방송은 플로렌스의 영향권에 있는 인구가 약 2000만명이며, 경보 또는 주의보가 내린 남동부 해안 지역 인구는 54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플로렌스에 대한 대비를 당부했다. 이어 13∼14일 예정됐던 중간선거 지원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플로렌스의 최대 풍속은 시속 140마일(225㎞)로 4등급 허리케인이다. 허리케인은 풍속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뉘며 숫자가 높을수록 위력이 강하다. 5등급은 풍속이 시속 157마일(253㎞) 이상이다. AP통신은 플로렌스가 340마일(547㎞)에 걸쳐 광범위하게 세력을 형성한 데다 해상에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이동하면서 위력을 키우고 있어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 도착할 때는 5등급으로 강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애팔래치아산맥 인접 지역에서는 산사태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플로렌스 진로에 최소 9곳 이상의 유해폐기물 처리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미 환경보호청(EPA)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주에선 13곳 이상의 유해폐기물 처리소가 파손됐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플로렌스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괴물 허리케인”이라면서 “허리케인이 몰고 올 폭우와 바람은 여러분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목숨을 걸지 말고 반드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플로렌스가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와 높이가 상승한 탓에 태풍의 위력과 지속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 기상당국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는 폭풍 해일이 최대 6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5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510∼710㎜ 이상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저지대의 경우 바닷물의 유입으로 1m 이상 침수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