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이후 6년 만에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월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단독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의 무차별적 무역전쟁과 한반도 정세 완화 등 국제환경이 급변하면서 중·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가 12일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했다고 인민일보와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 정상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효 40주년인 다음 달 23일 아베 총리의 방중을 성사시키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북한 비핵화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중·일 양국은 세계 주요 경제대국이자 역내 핵심 국가로서 세계와 지역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함께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양국 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앞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2012년 영토분쟁 때문에 정면충돌한 이후 한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하자 중국은 일본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생겼다. 또 일본은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재팬 패싱’ 논란을 피하려면 중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아베 총리는 자국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양국 공동의 목표로서 향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중국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와 일본 관계의 해묵은 과제인 평화조약을 올해 안에 체결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종전 이후 지금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현재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