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치를 지향했던 영웅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미국 서점가에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별세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회고록 ‘쉬지 않는 파도’가 뉴욕타임스(NYT)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매케인 의원은 뇌종양 판정 후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신을 오래 보좌했던 마크 샐터와 회고록을 함께 썼다.
‘쉬지 않는 파도’는 지난 6월 초 출간되자마자 NYT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후 4주 동안 ‘톱 텐’ 자리를 지켰다가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그랬던 책이 두 달 반이 지나 1위로 곧장 재등극했다. 매케인 추모 열기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매케인의 삶은 한 편의 영화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5년 동안 포로생활을 했다. 당시 해군 사령관이었던 매케인의 아버지 존 슬루 매케인이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의 제안을 거절하고 아들이 붙잡혀 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6선 상원의원이었던 매케인은 36년 동안 정계에 있었다. 그는 ‘의무, 명예, 조국’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생각이 다르면 같은 당이라도 대통령에게 맞섰고, 방향이 같으면 다른 당과도 힘을 합치는 초당파 정치인이었다. 매케인은 회고록에서 “오늘날 정치에는 겸손이 부족하다”며 “겸손이 완전히 사라질 때,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케인은 ‘쉬지 않는 파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의 장례식이 치러질 때 골프를 치는 옹졸함을 보였다. 명예로운 삶을 꿈꿨던 그는 회고록 마지막에 “인생은 여행과도 같았다”고 썼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