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약점을 악용, 미국 주도의 제재를 피해 상당한 외화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북한 공작원들이 신분을 속인 거짓 프로필로 미국의 구직 사이트와 메신저, 인터넷 결제 시스템 등에 접속해 불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구직 사이트로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해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업무를 맡긴 뒤 임금을 주지 않는 수법을 사용했다. 불법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수백만 달러(수십억원)의 불법 수익을 얻었다. 기존 회사의 인터넷 주소만 살짝 바꾼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사업을 따내는 사기극도 벌였다. 북한 공작원들에게 피해를 본 프로그래머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WSJ은 또 유엔 전문가 패널의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 분쟁지역에 무기를 몰래 판매한 증거들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시리아 무기 밀수업자를 통해 예멘 후티 반군에 탱크, 탄도미사일, 로켓추진수류탄 등을 팔았고 수단과는 대전차 시스템을 거래한 증거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북한 무기 기술자들은 시리아 군수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을 통한 북한의 연료 수입도 급증했다. 북한과 중국의 합작사업은 200건이 넘고, 북한과 러시아의 합작사업은 39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금융기관은 제재를 어기고 러시아와 중국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WSJ은 대북 불법 거래가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미국이 러시아 등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17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