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부터 ‘시댁’이라는 말 대신 ‘시가’라는 말을 사용하면 어떨까? 여성 쪽 집안은 ‘처가’라고 하면서 남성 쪽 집안에는 집을 높여 부르는 ‘댁’ 자를 붙이는 것은 성차별이 아닐까?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16일 추석을 앞두고 명절에 흔히 경험하는 성차별 언어 3가지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시댁을 시가로 고쳐 부르자는 제안 외에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할머니로 단일화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아빠 쪽 부모님에는 가깝다는 의미의 ‘친(親)’자를 붙이고 엄마 쪽 부모님은 멀게 느껴지는 ‘외(外)’자를 붙이는 건 차별이 될 수 있으니 할머니나 할아버지로 통일해서 부르면 좋겠다는 것이다.
‘여자가 돼가지고’ ‘사내자식이’ ‘여자가 조신해야지’ ‘남자는 가장이라서’ 등 성을 특정해서 얘기하는 경우도 많다. 재단은 ‘여자가’ ‘남자가’라는 말 대신 ‘사람이’나 ‘어른이’로 바꿔 쓰면 차별적인 느낌을 덜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지난 11일까지 1주일간 홈페이지를 통해 ‘명절에 그만했으면 하는 성차별적 언어나 행동(관행)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요?’라는 주관식 질문을 던졌고, 1170명의 시민들이 1275건의 의견을 제안했다. 재단은 국어·여성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이들 중 3건을 우선 개선해야 할 성차별 언어로 뽑아 대안적인 표현을 제시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명절에 성차별적인 언어나 행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추석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만든 성평등 언어를 많은 분들이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서울시민 80%가 명절에 성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명절에 성차별적인 언어를 들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여성 86.8%, 남성 74.1%가 “들은 적 있다”고 응답했다. ‘명절에 성차별적인 행동(관행)을 겪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여성 88.8%, 남성 69.9%가 “겪은 적 있다”고 답했다.
남녀 모두가 명절 성차별 사례 1위로 꼽은 것은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이었다. 여성 응답자 57.1%, 남성 응답자 43.5%가 가사분담을 꼽았다. 이어 성별 고정관념을 제시하는 ‘여자가’ ‘남자가’ 발언, 결혼을 권유하거나 화제로 삼는 ‘결혼 간섭’, 남성과 여성이 따로 상을 차려 식사하는 ‘남녀 분리 식사’, 여성이 배제되는 ‘제사문화’ 등이 명절 성차별 사례로 꼽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