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김정은과 담판
비핵화 약속-종전선언 이어 완전한 비핵화-평화협정 동시에 맞바꾸는 로드맵 거론
산림·철도 협력사업 등 남북 긴장 끝내기 방안도 논의
한반도의 65년 정전(停戰) 체제를 종식시키고 전쟁 공포를 몰아내기 위한 결정적 관문인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이번 주 개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측 정상으로는 11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담판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멈춰버린 북·미 비핵화 협상 시계를 되돌리기 위한 중재안을 들고 방북길에 오른다.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약속과 종전선언,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각각 동시에 맞바꾸는 로드맵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두 차례 개최했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은 북·미 간 위협 국면을 누그러뜨리고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목적이었다. 5·26 판문점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지 이틀 만에 개최됐다. 풍전등화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원포인트’ 회담이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위한 중대 고비로 평가된다. 북·미 간 실무협상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가 내심 기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추가 방북도 사실상 불발됐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입장차를 좁혀 타협안을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문을 들고 다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설득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문 대통령 방북의 가장 큰 목적은 비핵화 협상 진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이어 남북 관계 개선에도 합의해 비핵화 작업을 뒷받침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핵시설 리스트 신고 약속과 종전선언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체제 안전 우려를 감안해 종전선언과 핵시설 리스트 신고 약속이라는 정치적 선언을 동시에 주고받는 방안이다. 이후 비핵화 작업을 진전시켜 핵시설 신고 등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 평화협정을 동시에 체결하는 구상이 중재안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종전선언을 입구로, 평화협정을 출구로 하는 로드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의미의 종전선언이라는 부분을 북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북·미 간 신뢰 구축의 상징”이라며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북·미가 서로 선제 조치를 요구하기보다 동시적인 행동과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진전된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산림·철도 등 남북 협력 사업 역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들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남북 경제협력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남북 관계를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것,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임 실장은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며 무척 안타까웠다”며 “작별상봉이라는 가장 아픈 행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좋은 소식이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리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18년 만에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한다. 주요 일정은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