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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歌王 조용필, 시인 반열에 올리고파”

월간 문화잡지 ‘쿨투라’에 가수 조용필의 평전을 연재하기 시작한 유성호 한양대 교수. 그는 “조용필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 세계를 보여준 가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그가 모든 가사를 쓴 건 아니지만
노래를 해석·표현하는 능력 탁월
뾰족한 메시지 대신 위로를 담아”


유성호(54)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대학에서 처음 교편을 잡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의 소원은 가수 조용필(68)의 평전을 쓰는 것이라고.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학자치고는 독특한 꿈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어쩌다 이런 소망을 품게 된 것일까. 최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만난 유 교수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의 현대시를 연구하는 학자가 조용필 평전을 쓴다는 게 특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건 조용필이 갖는 시인으로서의 면모예요. 조용필의 노랫말은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요. 그가 모든 곡의 가사를 쓴 건 아니지만, 그는 노래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시인이에요. 평전을 통해 조용필을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어요.”

유 교수는 최근에서야 20년 넘게 품었던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월간 문화잡지 ‘쿨투라’에 평전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일 발간된 이 잡지에 실린 연재물 첫 회에는 서문 성격의 글이 실려 있다. 그는 앞으로 약 1년간 연재를 이어간 뒤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유 교수가 조용필의 노래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때였다. 조용필이 1976년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담긴 음반이었다. 호소력 짙은 음색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대마초 파동에 휘말린 조용필은 활동을 접었다가 80년 ‘창밖의 여자’가 담긴 앨범으로 가요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는데, 유 교수는 이 음반에 수록된 곡을 전부 외울 정도로 조용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조용필은 내게 큰형님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연재물의 첫 회에 “70년대와 80년대 인기 가수들의 노래에서 간혹 발견되는 이른바 ‘메시지’가 조용필의 노래에는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용필의 음악 세계를 ‘위안의 미학’으로 규정한 뒤 “그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희열이나 분노 대신 슬픔을 통한 위안을 얻었다”고 썼다. 유 교수의 설명처럼 조용필의 노래엔 부조리한 사회상을 비판하는 뾰족한 ‘메시지’가 담겨 있진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용필의 음악에서 위로와 격려를 얻었다.

유 교수는 “80년대엔 운동권 학생들도 캠퍼스를 벗어나면 조용필의 노래를 듣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낸 민중가요, 사랑의 절대성을 갈망하는 진부한 가요들 사이에 조용필의 음악이 있었다”며 “조용필은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완충지대와 같았다”고 했다. 이어 “조용필은 가창력과 친근감, 흡인력을 모두 갖춘 뮤지션”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용필의 음악이 갖는 힘을 문학적으로 풀어쓰는 작업은 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1박2일 정도 조용필 선생을 인터뷰해서 그 내용도 연재물에 녹이고 싶습니다. 조용필의 음악 세계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아주 재미있는 평전이 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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