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캐버노(53·사진)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고교 시절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캐버노 지명자는 성추문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30여년 전 당시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폭로에 나서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팰로앨토대 임상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크리스틴 포드(51)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포드는 인터뷰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10대 고교생이던 1980년대 초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주택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밝혔다.
포드가 밝힌 상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당시 캐버노 지명자와 포드는 또래 청소년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 중이었다. 만취 상태인 캐버노 지명자는 한 친구와 함께 포드를 침실 안에 몰아넣었다. 캐버노 지명자는 친구가 보는 가운데 포드를 침대에 강제로 눕혀 몸을 더듬고 옷을 벗기려 했다.
포드는 비명을 질러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캐버노 지명자는 입을 틀어막았다. 포드는 WP에 “그가 실수로 나를 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 이 상황을 목격한 같은 반 남학생이 캐버노 지명자에게 달려들면서 포드는 침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포드는 2012년 부부상담 치료를 받기 전까지는 이 일을 함구해 왔다고 한다. WP가 입수한 상담 기록에 따르면 포드는 당시 사건을 ‘강간 미수’라고 언급했다. 포드는 캐버노 지명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학교에서 엘리트 남학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지금 워싱턴 정계에서 존경받는 고위공직자가 됐다”고 말했다.
포드는 캐버노 지명자가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 7월 WP에 연락을 취하고 민주당 의원들과도 접촉했다. 포드는 최근까지 자기 신원을 드러내길 꺼렸지만 캐버노 지명자의 성추문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부정확하게 알려지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20일 예정된 캐버노 지명자의 상원 인준 투표를 연기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캐버노 지명자와 백악관은 포드의 폭로에 대해 반응을 내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