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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컵 안 되고 코팅 종이컵은 된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영화관 쓰레기통 주변에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은 현저히 줄었지만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품 중에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수두룩하다. 특히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PE)이 코팅된 종이컵은 자원재활용법 규제대상에서 빠져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의 수거전문업체 A리사이클링 대표 강모(44)씨는 17일 “코팅을 벗겨내야 재활용하는 공정에서 필요한 섬유질을 분리할 수 있다”며 “하루 약 2t가량의 폐지와 종이컵이 수거되는데 따로 구분하기 귀찮아 종이컵은 일반쓰레기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처리과정에서 오염도 발생한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코팅제인 폴리에틸렌은 소각하면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매립해도 100% 자연분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 평균 230억개의 일회용 종이컵이 사용되지만 재활용되는 것은 10%가 채 안 된다.

일회용 종이컵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영화관이다. 영화관 매점에서는 팝콘, 음료 등 메뉴 대부분을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판매한다. 업계에 따르면 영화관 전체 매출의 20% 정도가 매점 판매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둘러본 서울시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6곳에서는 팝콘과 음료를 담았던 일회용 종이컵이 쓰레기통 위에 제멋대로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는 청소노동자의 몫이었지만 인력 부족으로 완벽한 분리수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영화관 청소업체 관계자 이모(54)씨는 “주말에는 보통 하루에 100ℓ짜리 봉지 24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다. 3∼4명이서 완벽하게 분리수거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재활용대란의 한축을 차지했던 폐비닐 문제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11월부터 대형마트의 비닐 사용 규제에 나서지만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식품 포장용 랩 필름 등에 대한 규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수거업체 관계자들은 여전히 폐비닐 수출로가 막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폐플라스틱의 72.4%를 수입하던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플라스틱과 분류하지 않은 폐지 등 24종의 수입중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안 되다 보니 국내 폐기물 처리 비용도 올랐다. 인천 B수거업체 대표 양모(41)씨는 “저장탱크 1대 분량 폐비닐의 처리 비용은 지난해 8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30만∼14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의 E산업 대표 우모(53)씨는 “그나마 깨끗한 폐비닐은 태국 등에 수출할 수 있지만 아직도 아파트나 주택가에서 수거해온 폐비닐 중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가 30%가량 돼 모두 일반쓰레기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에 대한 폭넓은 사용 규제와 환경보호를 위한 사회적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이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며 “영화관 등에서는 텀블러 등을 사용했을 때 할인 혜택을 주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활용하는 등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선경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규제만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 규칙을 지키는 등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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