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물길이 많은 도시다. 도심 한가운데 청계천이 흐른다. 도성의 북쪽 백악산 인왕산과 남쪽 목멱산에서 흘러내린 냇물이 청계천으로 합류됐다. 냇물은 자연스럽게 동네와 동네의 경계를 이뤘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길은 도시와 어울리며 서울의 옛길이 됐다. 정동길 안국동천길 삼청동천길은 왕가·양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진고개라는 지명은 비가 올 때마다 많은 빗물이 흘러내려 늘 질척거리는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서울의 옛길은 20세기 초반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일제가 도심 내 냇물 복개를 진행하면서 옛길도 사라졌다. 최근 100년 동안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울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진행된 도시개발은 서울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소중한 도시 문화 자원들이 사라져버리고 많은 옛길이 없어지거나 잊혀졌다.
서울시는 18세기 조선 후기 도성대지도와 2016년 지적도를 전부 일일이 비교·대조해 당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한양도성 내 옛길 620개를 찾아냈다. 시간이 흐르며 주변 모습은 바뀌었지만 길은 남아 역사를 전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서울옛길은 천년고도 서울의 역사와 삶이 깃든 소중한 자산”이라며 “다시 찾아낸 옛길은 골목길 재생사업 등과 연계해 가치를 넓히고, 주변에 남아 있는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과 함께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옛길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한데 어우러지며 서울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