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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곳곳에 서린 옛 삶의 흔적…추억 품은 '서울 옛길' 거닐어 볼까

율곡로 북쪽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한옥마을을 일컫는 북촌의 중앙을 동서로 지나는 데서 유래됐다. 옛 한양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북촌은 예부터 서울의 가장 중요한 주거지로 600년 서울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왕족이나 권세 있는 사대부들이 살았고, 근대 이후 개화사상가, 독립운동가와 광복 후 정치인들의 주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의 전통을 살펴볼 수 있는 여행 명소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삼청동 칠보사에서 경복궁 건춘문을 거쳐 동십자각까지 이른다. 북악산 동쪽 기슭에서 흘러내렸던 삼청동천은 조선시대 청계천 지천 중 가장 큰 하천으로 꼽혔다. 경복궁을 비롯해 청와대, 국무총리 공관 등 국가 주요 시설이 들어서 있다(위쪽 사진). 정독도서관에서 시작해 청계천 방향으로 흐르던 안국동천이 복개되면서 현재 인사동길 감고당길을 잇는 거리다. 감고당은 인현왕후와 명성황후가 거주했던 곳이다. 또 순종의 가례가 베풀어진 안동별궁도 자리했다. 인사동길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거리로 골동품가게, 화랑, 정통 공예품점 등이 모여 있다.
 
진고개길은 현재 세종호텔과 명동밀리오레, 서울중앙우체국을 지나는 길이다. 남쪽에는 남산, 북쪽에는 청계천이 위치해 있다. 조선시대에는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지형 때문에 비가 올 때마다 남산에서 많은 빗물이 흘러내려 늘 질척거렸다. 진고개라는 이름은 ‘늘 질척거리는 고개’라는 의미다(왼쪽 사진). 가회동 중앙고등학교에서 안국역을 거쳐 낙원동 탑골공원까지 이어진다. 기와 올린 집과 리듬 있는 골목,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계절 여행객을 부른다.
 
옥류동 계곡과 수성동 계곡 두 물줄기에서 비롯됐다. 시인 윤동주 이상 노천명, 소설가 염상섭, 화가 박노수 등 문화예술인이 살았다. 지금도 주말이면 인왕산을 오르는 여행객으로 붐빈다(위쪽 사진). 을지로입구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길이다. 조선시대에는 대민의료기관 ‘혜민서’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주변에는 여러 의원과 약방이 자리 잡아 대표적인 약방거리로 꼽혔다. 1970년대 산업화로 호황기를 맞았으나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인쇄소와 철공소만 남아 있는 허름한 뒷골목이 됐다. 최근 젊은 예술가와 창업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도성대지도(180×213㎝). 도성 내 길과 방계, 관아, 교량, 사적 등의 명칭과 위치가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기돼 있다. 기록 시기는 1753∼1764년(영조 29∼40년)으로 알려져 있다.


약방골목 ‘구리개길’, 풍류선비의 거리 ‘옥류동천길’…. 서울 옛길을 아시나요?

서울은 물길이 많은 도시다. 도심 한가운데 청계천이 흐른다. 도성의 북쪽 백악산 인왕산과 남쪽 목멱산에서 흘러내린 냇물이 청계천으로 합류됐다. 냇물은 자연스럽게 동네와 동네의 경계를 이뤘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길은 도시와 어울리며 서울의 옛길이 됐다. 정동길 안국동천길 삼청동천길은 왕가·양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진고개라는 지명은 비가 올 때마다 많은 빗물이 흘러내려 늘 질척거리는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서울의 옛길은 20세기 초반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일제가 도심 내 냇물 복개를 진행하면서 옛길도 사라졌다. 최근 100년 동안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울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진행된 도시개발은 서울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소중한 도시 문화 자원들이 사라져버리고 많은 옛길이 없어지거나 잊혀졌다.

서울시는 18세기 조선 후기 도성대지도와 2016년 지적도를 전부 일일이 비교·대조해 당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한양도성 내 옛길 620개를 찾아냈다. 시간이 흐르며 주변 모습은 바뀌었지만 길은 남아 역사를 전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서울옛길은 천년고도 서울의 역사와 삶이 깃든 소중한 자산”이라며 “다시 찾아낸 옛길은 골목길 재생사업 등과 연계해 가치를 넓히고, 주변에 남아 있는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과 함께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옛길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한데 어우러지며 서울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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