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에서 첫 비핵화 담판을 벌인다. 1956년 소련과의 원자력 협정 체결 이후 60년 이상 지속됐던 북한의 핵 개발 역사를 끝낼 마지막 기회가 북한 땅에서 열리게 된다. 좌초 위기를 맞은 북·미 협상,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끝없는 불신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북·미 대화 재개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가 뿌리내리기를 원하는 국민적 염원을 갖고 18일 평양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릴레이 정상회담에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담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종전선언 도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남북 관계로만 한정했던 정상회담 의제를 비핵화로 확대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까지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 간 의제로 다뤄지고, 정부가 비핵화 문제를 꺼내는 데 대해 북한도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비핵화 의제가 매우 중요한 중심 의제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대북 특사단 파견 결과 브리핑에서 “비핵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한도 남측의 역할을 더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서 적극적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체제를 한반도에 안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임시적 평화가 아니라 국제정세가 어떻게 되든 흔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라며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야말로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는 길이고 경제적인 공동 번영과 통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인한 무력충돌과 전쟁 공포 해소, 북·미 대화 촉진을 방북 목표로 밝혔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에서 비롯된 전면전, 북·미 갈등 격화로 인한 미국의 군사 옵션 실행 등 한반도 안팎에서 촉발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전쟁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명운을 건 정상 외교전이 평양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