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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컵 줄이기’ 한달의 기적… 수거 차량 텅 비었다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단속 전인 지난 7월 24일 재활용품 수거 차량(왼쪽)과 단속 후인 지난 5일 수거 차량 내부 모습. 단속 시행 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담긴 박스가 차량 안에 가득 찼지만, 단속 시행 후에는 빈 공간이 많다. 박광종씨 제공, 권중혁 기자


“몸이 확실히 덜 아파요.”

던킨도너츠 군포 산본역점에서 상자를 나르던 박광종(49)씨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단속 시행’ 이후 상황을 묻자 멋쩍은 듯 답했다. 재활용품 수거업체 태서리사이클링에서 근무 중인 박씨는 “플라스틱컵 감소를 온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이 업체는 커피빈,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와 계약해 서울과 경기도 전역에 있는 매장의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국민일보는 지난 5일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줄어들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수거 현장에 동행했다.

박씨는 가로·세로 약 40×70㎝, 높이 60㎝ 정도의 상자에 플라스틱 컵을 담는데 통상 박스당 1000개 정도 들어간다고 했다. 컵이 가득차면 무게는 10㎏ 정도 된다. 그러나 이날 던킨도너츠 군포 산본역점에서 수거한 양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신발상자 3개 정도 크기의 흰 박스에는 플라스틱컵이 하나도 없었고, 고객들이 쓴 티슈와 1ℓ짜리 우유팩 2개, 빨대 수십여개가 전부였다. 한 손으로 허공에 띄울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3분 거리의 커피빈 산본역점에서는 한 박스의 플라스틱컵을 수거했다. 평소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했다. 장지은(25) 슈퍼바이저는 “주말이나 점심시간에 머그잔이 모자랄 때만 플라스틱컵에 드린다”며 “고객 분들도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도 시행(8월 1일) 전에는 플라스틱컵으로 가득한 상자가 한 매장에서 매주 3∼4박스씩 나왔다고 한다. 박씨는 “번화가에 있는 카페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늦어도 5분 안에 박스를 들고 나와야 한다”며 “예전엔 ‘구루마’(철제 손수레)를 들고 2층 계단 올라가서 박스 3개씩 올려서 내려올 때도 있었으니까 힘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한 매장에서 한 박스도 안 나올 때가 많아 힘쓸 일이 줄었다.

박씨는 커피빈 안양 범계로데오점으로 이동하는 길에 “서울로 치면 강남인 곳이니 플라스틱컵이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수거해갈 만큼 양이 차지 않아서다. 점장 황모(30)씨는 “플라스틱컵 사용량이 95%는 줄어든 것 같다”며 “대신 최근 들어 머그컵이 100잔 정도로 늘었다. 예전에는 40개도 안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빈손으로 매장을 나올 때면 “점주들이 멀리까지 와서 그냥 간다고 미안하다고 한다”며 “저도 괜히 민망해진다”고 했다. 던킨도너츠 인천 서창점 주인 류옥선(37)씨는 “얼마 전부터는 매주 오시지 말고 2∼3주에 한 번만 오라고 말씀드렸다”며 “기름값이 더 많이 들 텐데 미안해서…”라고 말했다.

카페에는 유리잔과 머그컵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대신하고 있었다. 유리잔·머그컵이 5배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 짧은 시간에 수요가 급증한 탓에 일시적으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류씨는 “얼마 전까지 본사에 주문을 하려 해도 품절이 떠서 못 샀다”며 “최근에 안 깨지는 컵이 만들어져서 곧 내려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커피빈 인천 구월점 슈퍼바이저 이모(24)씨는 “피크 시간대에는 컵이 부족해서 힘들다”며 “주말에 손님이 많을 때는 설거지도 실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천과 경기도 안양, 군포, 부천 등의 매장에서 박씨가 수거한 박스는 10개 정도였다. 방문 매장이 스무 곳 정도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해도 적은 양이었다. 박스 약 60개 정도를 넣을 수 있는 1t 탑차가 텅텅 비다시피 한 것이다. 박씨가 지난 7월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 극명했다. 당시 그가 찍은 사진에는 갈색 박스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박씨는 “이땐 박스가 너무 많으니까 ‘차 좀 큰 걸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고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업체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수거량이 적다보니 카페 재활용품 수거사업을 조만간 정리할지 검토 중이다. 박동규 태서리사이클링 이사는 “수거량이 적으니 직원들도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어본다. 앞으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중점 사업은 아니라서 괜찮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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