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8일 남쪽에서 날아온 문재인 대통령을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춰 환대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랜 친구끼리 재회한 듯 깊은 포옹을 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평화 번영”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는 평양 시민들의 열띤 함성 소리가 활주로를 가득 채웠다. 문 대통령은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평양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는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문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여태껏 외국 정상급 인사를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한 적이 없었다. 김 위원장 부부가 문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 앞까지 걸어오자, 비행기 문이 열리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평양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내외는 함께 박수를 치며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레드카펫을 걸어가며 인민군 의장대(조선인민군 육군·해군·항공 및 반항공군 명예 위병대)를 사열했다. 의장대장이 “문재인 대통령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도열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2000년, 2007년 평양 정상회담에서도 대통령의 인민군 사열이 있었지만 북한 측이 ‘각하’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곧 국빈급 예우를 뜻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이 역시 남측 정상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활주로에 마련된 사열대에 김 위원장과 함께 올라가 의장대의 분열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공항에 영접 나온 북한 인사들을 한 명씩 직접 소개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이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김수길 총정치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능오 평양시 당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까지 9명이 나란히 서서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도 남측 수행원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게 관심을 표하며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인사에 가벼운 목례로만 답했다. 북한군 간부들은 이번에도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환영식장을 분주하게 오가며 행사 진행을 도왔다. 이후 문 대통령 부부가 받은 꽃다발을 챙기고, 근접거리에서 따라다니며 동선을 안내하는 등 의전을 챙겼다.
북한 화동들의 독특한 인사법도 눈길을 끌었다. 화동들은 문 대통령 부부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항상 준비”라고 외쳤다. 북한 소년단의 인사법이라고 한다.
공항에 운집한 수천명 평양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남성들은 검은색이나 회색 정장을,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한복을 차려입고 분홍색 꽃술과 인공기를 흔들었다. 한반도기도 북한 땅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건넸고, 공항을 떠나기 직전에도 다시 한번 환영객들을 향해 깊숙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김판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