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들 사상 첫 ‘카운터파트 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첫날인 18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김정숙 여사는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옥류아동병원과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가 처음으로 평양에서 카운터파트로서 함께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이 여사는 오후 2시30분쯤 평양 대동강 문수구역에 있는 옥류아동병원을 찾았다. 평양 유일의 아동병원인 이곳은 김 위원장 지시로 2013년 10월 개원했다. 지상 6층 규모로 약 200명의 의사가 진료 중이다.

김 여사는 이 여사보다 30분 늦은 3시쯤 병원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두 여사가 도착하기 전 병원 준비 상태를 점검한 뒤 자리를 떴다. 두 여사는 외래환자 대기실에서 만난 어린이 4명과 보호자들에게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병원 2층의 신경발달장애아동 학습공간 등을 둘러봤다.

김 여사는 동행한 수행원들을 이 여사에게 소개했다. 이 여사는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에 참여했던 가수 알리에게 “전에 한 번 오셨죠”라고 알은체를 했다. 또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에게는 “손 좀 한번 잡아봅시다. 여성들이 남북 관계에 앞장서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마술사 최현우가 자신을 요술사라고 소개하자 이 여사는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농담을 건네 웃음이 터졌다. 김 여사는 가수 지코를 가리켜 “방북단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는 오후 3시30분쯤 같은 문수구역에 있는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으로 이동했다. 성악을 전공한 두 여사를 고려한 일정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이 대학 최태형 총장의 영접을 받은 뒤 수업을 직접 참관했다. 김 여사가 “등록금은 얼마냐”고 묻자 최 총장은 “등록금이 무슨 말씀이냐.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영재교육이니까”라며 수긍했다.

김 여사는 수업실을 나와 음악당 건물로 이동하면서 왕다래 열매를 보고 “계절이 바뀌는 걸 자연을 보고 느끼게 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의지를 세계에 보여준 것이 5개월이 지났다”며 “이렇게 풍성하게 열린 가을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이 맺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저도 회담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음악당에선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졌다. 아리랑 등 3곡이 연주된 뒤 앙코르 요청으로 합창단이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추가로 불렀다. 두 여사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귓속말을 했다. 공연 후 김 여사는 이 여사에게 “또 만납시다”라고 말하고 차에 탔다.

김 여사는 19일에는 예체능 영재교육기관인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참관할 예정이다. 평양에서 사상 첫 남북 퍼스트레이디 회동이 성사된 것은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강조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로 풀이된다.

박세환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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